[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전 지인 두분과 함께 특히 봄이 오는 길목에서 모처럼의 여유로움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김천 백수 정완영님의 문학관을 찾았다. 가는 도중 차창으로 비치는 드넓은 들녘이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을 확 트이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풍가는 날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연실 차장밖을 보며 흥겨운 콧노래마저 부른다. 이처럼 여행은 마음을 설레게 함은 물론 무엇인가 흰종이의 여백에 스케치를 하기도 하고 두서없이 되지도 않는 글을 마구 써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목적지인 김천시 대항면에 소재한 백수 문학관에 다다르게 이르렀다.

차에 내려 문학관 주위를 살펴보니 고즈넉한 곳에 아담하게 자리잡았다. 어린 꼬마들 녀석들과 같이 온다면 그 녀석들과 잔디를 보며 긴 의자에 앉아 자기나름대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마구 표현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저마다 자신이 몰랐던 끼도 발견하고 작은 성취감에서 자신감도 한층 커 날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발은 이미 문학관 현관을 밟고 있었다.

반가이 맞아주신 해설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백수 정완영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시조시인으로 호는 백수(白水). 1919년 경북 금릉(지금의 김천시)에서 태어나 1960년 '현대문학'에 추천되고,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조국'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고 한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작가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조집으로 '채춘보(採春譜)'(1969)·'묵로도(墨鷺圖)'(1972)·'실일의 명'(1974) 등이 있다. 1974년 한국문학상, 1979년 가람시조문학상, 1995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8년 김천시에 백수문학관이 건립되어 매년 문학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조시인 정완영님은 자연과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셨으며 그분의 아호를 백수(白水)라고 한 연유는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물이 되어 세상을 정화하고자 하여 아호를 백수(白水)라 하였다고 한다. 또한 그런가하면 고향 김천(金泉)의 천(泉)에서 아호를 따서 백수(白水)라고 호를 정할만큼 고향에 대한 사랑과 동경이 깊었다고도 한다. 이에 걸맞게 문학관 한 켠에는 집필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 그의 창작활동을 돕고 있었다. 집필실 외에도 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품과 문학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 3천여 점의 기증 도서가 비치된 자료실, 세미나실, 수장고, 편의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처음 전시실에 들어서면 시인의 흉상과 연혁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빼곡히 적힌 연혁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그의 시집과 서각, 사진 등의 전시물이 보이고 커다란 선생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옆에 적힌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시어'라는 문구가 그의 작품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오늘날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다. 무릇 인문학이란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문학은 언어예술이며 달리 말하면 문예이다. 문예학은 예술학의 핵심이며 인문학의 중심학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하나인 문학을 통하여 소중한 가치를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은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아울러 이에 걸맞게 지역마다 훌륭하신 선현들의 얼이 서려있는 문학작품을 발굴하고 계승하는 것 또한 인문학을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네 삶의 여정 또한 조금은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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