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충북지역 명문고 육성 협의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보고있자니 안타까움이 앞선다. 미래를 준비하자면서 구태(舊態)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거꾸로 미래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듯하다. 협의테이블에 앉을때부터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지루한 힘겨루기가 우려되던 명문고 육성 협의는 '명문대 진학률 조사'라는 충북도의 뻘짓으로 인해 출발과 동시에 암초에 걸린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결실을 이루기는 커녕 겉도는 협의조차 이어지기가 어렵지 않을 까 우려된다.

도에서 충북도내 일부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이른바 'SKY대'를 비롯해, 교대, 의과대학 등 특정대학의 진학 현황 자료를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교육자치를 무색케하는 비상식적인 월권이다. 경솔한데다 뻔히 속이 보이기까지 한다. '도교육청과의 협의과정에 자료로 쓰기 위한 것'이라는 도 관계자의 해명은 조사의 의도와 배경을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설명해준다. 여기에는 '명문대 진학'이라는 경쟁 우위를 미래인재의 잣대로 보는 이시종 지사의 교육관이 담겨있으며 자사고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도교육청과의 간극을 좁혀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하지만 충북도가 이같은 일을 벌인 것은 도교육청과의 협의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사고가 시대착오적이고, 지역교육을 황폐화시킨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갖고 먼저 설득을 고려하면서 충북도와의 협상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명문고 육성을 협의하기 위해 나선 도교육청의 태도는 이미 답을 정해 놓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수월성의 'ㅅ'만 들어가도 안된다는 식의 아집이야말로 협의를 하기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다. 일반고 활성화를 통해 인재를 육성할 수 있지만 그와 다른 길, 다른 방법을 원하는 수요 역시 적지않은 현실을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충북도 역시 문제를 풀어나가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특별한 교육과 이를 실현해 나갈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지역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철 지난' 자사고만 고집해서는 대화를 나눌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정공법으로 협의 상대에게 주문하고, 요구의 정당성을 밀어붙이지 못할 정도라면 애초부터 꺼내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뒤에서 답을 찾고,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자신감과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반증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선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핵심역량으로 협력을 강조한다. 그런 만큼 지역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지자체 살림을 맡은 기관과 교육을 맡은 기관이 협력을 통해 해법을 찾는다면 그 또한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충북에서 벌어지는 명문고 육성 협의는 아집과 불통의 전형이다. 명문고가 필요하다고 노래를 불렀던 이 지사가 왜 다른 방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도민들의 지혜를 모으겠다던 김병우 교육감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협력도 없이 협력을 키우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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