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詩評家)인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로 풀이되어 있다. 비슷한 뜻의 우리말 속담도 여럿 있다. 제가 잘못하고서 도리어 성을 낸다는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남의 은혜를 갚기는커녕 도리어 배신한다는 뜻의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 등이 그 예인데 일본총리 아베의 발언이 바로 그 격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왕이 직접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한 우리나라 국회의장의 발언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공식적 사과와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총리가 우리 국회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라고 엄중하게 의사 표시를 했다"고 밝혔으며 적반하장으로 엄중한 사과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독일의 화해와 사과 방식을 따를 수 없다"고 밝히며 '독일식'이란 철저하고 지속적인 사과·배상·처벌로 과거사 청산 문제에서 독일식을 요구하는 한국과 중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밝혔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2차 대전 후 유럽과 아시아 역사는 완전히 달랐다"며 "유럽의 최대 과제인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사과가 촉진될 수 있었다지만 일본은 빈곤한 아시아 국가에 '개발협력' 방식으로 지원을 계속했다"는 어거지 발언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독일 역사 전문가들조차 "단편적 지식을 동원해 역사의 본말(本末)을 거꾸로 뒤집은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유럽의 통합 움직임이 독일의 사과를 끌어낸 게 아니라, 독일이 선제적인 과거 청산을 통해 유럽 통합을 주도한 것이다. 이는 누구나 쉽게 알수 있는 역사적 견해이다. 게다가 배상과 사죄가 유럽국 전반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집중된 역사도 아베의 주장을 반박한다. 독일의 배상금 약 700억달러(약 72조원)는 대부분 홀로코스트 희생자인 유대인에게 돌아갔다. 아베의 발언은 진정성을 갖고 접근한 독일에게는 모독처럼 들릴 것이다. 또한 일본은 '전범 처벌'조차 자발적으로 한 사례가 없다. 1946년 승전국에 의한 도쿄재판의 전범들마저 훗날 대부분 복권시켰으며 이중 가장 큰 혜택을 본 전범이 바로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란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배상의 성격에서도 경제적 지원을 배상으로 간주하는 왜곡된 사고방식이야말로 일본의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일본이 배상금을 준 피해국은 4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경위를 멋대로 해석해 '일본식 사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피해국들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이제 일본은 진실을 인정하고, 거짓을 되풀이 하지 말고 그 진실을 회생시켜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를 과거처럼 정복의 대상으로 한다면 큰 착각일 것이다. 과거 치열했던 포에니 전쟁에서 숭리후 카르타고를 멸망시켜야 한다고 무력을 휘두른 로마의 정치가 마르크스 포르키우스 카토가 되겠다는 망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착오로 더 이상의 망발은 일본에게 되돌아가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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