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를 떨치고 일어남

오늘(27일),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베트남에서 전해올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국내 문제를 뒤에 숨겨두고 있고, 북한은 존립의 앞에 내걸고 담판이 이루어질 것이다.

허나, 이들의 회동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참 착잡하다. 우리와 직접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먼발치에서 뒷짐 지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참 답답하다. 한반도 문제가 아닌가. 그럼에도 회담의 상대는 미국이고, 우리는 이들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간 우리 대한민국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과연 북한과 미국은 어떤 카드를 내밀 것인가? 한반도 내의 비핵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카드일까?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 한반도에서 핵이 사라져야 한다는 당위성,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 모두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와 관련된 고사가 『春秋左傳』에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楚庄王(초장왕)이 大臣(대신) 申舟(신주)를 齊國(제국)에 사신으로 보냈다. 庄王은 楚國(초국)이 대국인 것만 믿고 宋國(송국)은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에 사전에 길을 빌리지도 않고 申舟를 출발하게 하였다. 申舟가 宋國의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붙잡히고 말았다. 宋國의 執政大夫(집정대부) 華元(화원)이 이는 宋國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여겨 화가 치밀어 申舟를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궁중에서 쉬고 있던 庄王이 크게 노하였다. 그가 "옷소매를 떨치고 일어나(投袂而起)" 군대를 불러 모아 宋國을 정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宋國이 결사적으로 싸우며 굴복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철군하였다.

投袂而起!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宋國의 국운을 건 華元. 강대국의 자존심을 굳게 믿었던 楚庄王. 어쩌면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닐까?

두 정상이 거시적 시각과 장기적 계획에 따라 세계평화를 위한 신중한 결정을 기대한다. 이번 결정이 지구촌 전체의 평화 정착과 유지와도 깊은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한 국가의 이익만을 고려해서는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의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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