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성은숙 오송유치원

누군가에게 평가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너는 몇 점짜리야,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넌 잘했어, 못 했어 등 평가를 받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예쁘거나 멋진 사람으로 평가받으려는 무의식적인 심리일 것이다. 이렇듯 평가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 이라면, 우리 스스로 남들에게 부담스러운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학생들의 평가를 대변하는 수능이나 학교 시험에 대해서는 많이 논하지만 유치원에서 유아들도 평가를 받는다면 아마 의아해 할 것이다. 유치원에서도 초·중등학교처럼 유아 평가에 대한 계획이 있고 무엇을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피드백 할 것인지,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교사들은 수업을 하는 것 이상으로 고민한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학생들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특별히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지만 유아들은 자신들이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평가를 잘 받기위해 고민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시험 때문에 힘들어 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수많은 갈등과 맞서고 있다. 시험만 없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 그렇지 않은 아이로 분류 받지 않아도 된다. 유치원 아이들은 평가에 대한 중압감은 없다. 그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즐겁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교사의 반응은 곧 평가가 된다. 교사가 아이에게 "어머 엘사치마 입었구나. 너무 예쁘다."라고 한다. 이건 유아를 "예쁘다"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를 평가 하려는 의도가 아닌 반갑다는 반응으로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다음에도 교사의 만족스런 평가를 또 받기 위해 한 겨울에도 엘사치마를 입고 온다. 누리과정 신체운동·건강 영역에 있는 '날씨와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다.' 라는 내용이 있데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혹시 아이는 "예쁘다"라는 교사의 말보다는 엘사치마를 입었을 때마다 보이는 교사의 관심을 간절히 원할 수도 있다. 3세 때 가위질을 하든, 4세 때 가위질을 하든 중요하지 않다. 3세 때 못했으면 4세 때하면 된다. 3세 때 가위질을 못해 '발달이 늦다.'라고 평가하기 보다는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잘 오릴 수 있도록 유아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지도하는 것이 평가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성은숙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교사들은 아이들을 평가하기 위해 관찰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찰이 아니라 감시이다. 관찰은 유아를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무엇을 즐기는지, 그 즐거움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또는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 귀 기울이며 관찰 하면 된다. 교사의 시선은 항상 따스함을 실어 아이들에게 향하고 "아하 그렇구나!"라며 아이들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도록 관찰한다. 교사는 관찰 속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역할을 인지하고 실천한다. 실천으로 얻은 결과는 교사의 수업 성찰과 유아 이해를 바탕으로 피드백 되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유아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에게 시선을 돌려 "○○ 입어서 너무 예쁘네요."라는 평가가 아닌 "어머 ○○ 입었네요."라고 관심을 보이면 된다. 그러면 그는 평가받고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 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기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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