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태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

10년간 120조를 투자 하는 반도체클러스터가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 났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이를 유치하기 위해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을 비롯해 경기도 용인, 경북 구미, 충남 천안, 그리고 우리 청주시가 치열한 유치활동을 벌여 왔다. 각 지자체는 나름의 장점과 파격적인 유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클러스터 유치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였으나 결과는 허망함 그 자체였다. 일부에서는 이미 용인으로 내정해 놓고 진행하면서 나머지 지자체들은 정부의 장단에 놀아 났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하기도 한다.

이번 결과에 따른 각 지자체의 반응도 다양하다.

경기도 이천시는 "정부의 신중한 검토를 바란다"며 마지막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던 경북과 구미시는 "지방균형발전을 어긴 정책"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구미SK유치시민운동은 "2600만 비수도권 시민과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충남과 천안시는 도의회와 시의회가 성명을 내고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의 반응은 의외다.

충북도는 용인으로의 입지결정 소식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가 청주에 10년간 35조원을 투자한다는 발표는 도정사상 단일 규모로는 사상 최대의 투자유치로 164만 도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충북도의 기막힌 포장술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갑자기 35조원의 투자유치 실적을 만드는 기민함에 놀랍고, 120조원의 투자가 보장 된 반도체클러스터의 유치운동은 덮으며 35조원 투자만 부각시킴으로써 그 동안의 유치활동의 실패를 간단히 묻어 버리는 정치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당사자라고 할만한 청주시의 공식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반도체클러스터 입지가 무산되고 청주공장은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로 조성 된다는 것이 환영만 할 일인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타 지역의 반응과는 너무 대조적인 반응을 하는 것이 마치 사전에 내정 사실을 알고, 적당히 유치 시늉이나 하면서, 민심 무마용으로 적당히 던져 주는 그럴듯한 선물을 받으면서 기뻐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눈치를 보느라 당당하지도 못하고, 잘못 된 정책에 대해서도 결연히 비판하지도 못한대서야 어찌 지역을 위한 일이라 할 것인가?

김태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
김태수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

기업유치, 특히 생산과 판매가 보장 된 세계적인 기업의 유치는 청주의 100년 먹거리를 만들어 준다. 더구나 기업유치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 경제 정책을 읽어야 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기업환경을 살펴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유치를 위한 철저한 계획과 실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의는 물론 청주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지도자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하고, 의지를 반영한 유치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과 조건들을 품은 계획을 갖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유치의 성공과 실패는 판가름난다.

이번 유치전쟁에서 비록 실패를 했다 할지라도 아쉬움을 넘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그리고 실패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다른 기회는 다시 찾아 올 것이고, 준비된 자만이 찾아 온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새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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