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미리제작 조립… 가격 절감으로 한옥 대중화 선도"

 

김상협 한옥새움 대표가 한옥의 대중화를 꿈꾸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김상협 한옥새움 대표가 한옥의 대중화를 꿈꾸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현재 고가의 주거형태로 분류되는 한옥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상협 한옥새움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한옥 사업화에 나섰다.

◆문화재 아닌 삶의 공간

"한옥은 수천년 동안 조상들이 지켜온 우리나라 고유의 주거형태에요. 오랜 기간 다듬어지고 계승된 지혜가 집안 곳곳에 묻어있기 있죠. 그래서 세계적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한옥을 그저 보고 즐기는 문화재 형태로 인식하고 있어요"

아파트나 서양식 주택 등에 익숙해 지다보니 한옥을 주거공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시각이다.

"한옥을 연구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보니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어요. 제대로 된 한옥을 지으려면 평당 가격이 1천2백만~1천5백만원이 필요해요. 일반 목조주택(7백~8백만원)보다 2배 가까이 드는 셈이죠. 이런 가격으로 집을 짓고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 한옥이 현대인의 주거공간으로 보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한옥은 아파트나 현대식 주택과 다르게 미풍이 세고 겨울에 춥다는 인식이 강해요. 동선도 복잡하죠. 그래서 현대기술을 접목해 이런 것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고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가격과 주거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면 한옥에 대한 관심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은 김 대표는 공업화 주택 제작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공장에서 전체 공정의 80%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설치를 포함한 20%의 과정을 마무리한다면 불필요한 현장유지비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옥새움은 공업화 주택 제작방식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어요. 다 만들어진 집 틀을 싣고 현장에 가서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죠. 현장에서는 지붕에 쓰이는 기와를 쌓는 정도의 작업만 필요합니다"

오랜 연구 끝에 조립식 형태의 한옥제작 기술을 개발한 한옥새움은 1평당 제작가격을 400만원대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가격을 낮추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서 행사에 쓰일 정자나 화장실을 한옥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왔어요. 한옥새움의 화장실은 1곳당 4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일반 화장실 견적은 1천200만원에 달했기 때문에 우리가 납품하게 됐죠. 한옥의 멋스러움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장점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주거 공간 뿐 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에 한옥의 멋을 입히겠다는 김 대표의 꿈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전통을 지킨 기술

한옥새움 제품 사진. /한옥새움
한옥새움 제품 사진. /한옥새움

한옥새움은 건식공사(흙과 물의 사용을 배제하는 것)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 한옥의 경우 세월이 지나면 흙을 덧대는 등 보수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같은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 부분에는 흙 대신 현대식 합판류 자제가 들어간다.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이는 나무는 강원도산 육송을 활용하고 내부마감에는 최상급 황토를 쓴다. 황토의 비율은 자체연구를 통해 아토피나 천식, 관절염에 최대효율을 보이게끔 설계됐다. 건강한 주거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지키려는 노력이다.

김 대표는 "자연에서의 재료로 틀을 잡게 되면 사는 사람도 건강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집 자체가 숨을 쉬는 것이 우리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한옥새움의 건축방식을 설명했다.

짧은 제작기간도 한옥새움의 강점 중 하나다. 주문부터 완공까지 짧게는 5일, 길어도 일주일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옥을 지을 경우 각 지자체마다 지원조례가 있어 경제적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현재 한옥새움은 ㄱ·ㄷ·ㅁ·중층 형태의 주거형태와 부속시설인 문간채와 담장(태양광 발전식)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각종행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화장실, 정자도 호응을 얻고 있다.

태양광 담장 사진. /한옥새움

◆한옥 그 이상의 가치

"평창올림픽 당시 행사관련 컨테이너가 3천개 이상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격이 싸고 철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국제적인 행사인데 외국사람들이 컨테이너 부스를 보고 이곳이 한국인지, 유럽의 어느 곳 인지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한옥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각인시킬 수 있다고 믿는 김 대표는 지금이라도 도시의 풍경을 우리의 멋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시각으로 보면 한옥은 세계에서 유일한 주거형태에요.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지만 온돌로 바닥이 따뜻하고 대들보가 집을 받들고 있는 모습도 신비롭죠. 또, 자연과 조화를 이룬 집의 구성 등은 그들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아름다움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관심 받는 것이 안타깝다는 김 대표는 한옥의 산업화를 이뤄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한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도시를 바라보면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만 즐비한 것이 아닌 한옥의 처마가 멋스럽게 자리 잡은 풍경을 구현하고 싶어요. 누가 봐도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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