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판로 걱정없게 벼 전량 수매 가장 큰 보람"

정낙원 조합장

41년의 농협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앞둔 염치농업협동조합 정낙원(69) 조합장.

정 조합장은 요즘 농협생활을 뒤돌아보며 정리의 시간을 갖고 있다.

1977년 음봉농협을 시작으로 인주농협, 영인농협, 산장농협을 거쳐 2005년 염치농협 조합장에 당선된 후, 3선에 이르기 까지 그는 인생의 절반을 농협에 바쳤다. 교육지원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 농협의 다양한 기능 중 그는 농협의 최고 가치를 "농부가 마음 편히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 조합장은 염치농협에서 일궈낸 100% 벼 수매를 농협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정 조합장은 2018년 염치읍에서 생산된 벼 7만5천665가마(40kg)를 전량 수매했다. 농민들은 벼 판매에 대한 부담 없이 농사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드론을 이용해 세차례에 걸쳐 약 400만㎡에 달하는 공동방제를 통해 농민들의 영농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농협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신용사업에 있어서도 정 조합장은 탁월한 성과를 일궈냈다.

염치농협 영농자재 판매장.

지난해 염치농협의 예수금 평잔은 921억원으로 2017년 대비 9억원 성장했다. 상호금융대출금평잔은 710억원으로 104억원이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초유의 경제상황 악화 속에 일궈낸 성과다. 예대비율은 지난해말 66.52%에서 올해 77.10%로 성장해 적정한 자금운용비율을 갖추게 됐고, 연체율은 0.68%, 대손충당금은 159%를 적립해 적정 기준에 부합되도록 관리되고 있다.

염치농협의 2018년말 총 자산은 1162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은 4억5천900만원을 실현했다. 계획대비 122%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농협이 갖고 있는 좁은 사업영역에는 한계를 느꼈다고 정 조합장은 회고했다.

염치라는 지역에 국한된 좁은 사업 영역은 사업 신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뒤따랐고 극변하는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상황 악화는 지속적으로 농협에 변화를 요구했다는 것. 정 조합장은 "갈수록 경영환경은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 거기에 맞게끔 농협이 변해야 한다"면서, "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후배들이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염치농협 본관

정 조합장이 바라는 변화에는 조합원들의 변화도 포함돼 있다.

그는 '조국이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라는 존F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해 "조합원이 조합의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조합장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사회에 대한 불안도 표출했다. 벼 농사보다는 특수농사를 해야만 농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 농촌이 자꾸 고령화되다보니 쉽사리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이야 염치농협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불안요소라 늘 한계를 절감한다는 정 조합장의 푸념은 영락없는 농협인으로 일생을 살아왔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은퇴 후 한 명의 농부로 돌아가겠다는 정 조합장은 농사 외에 별도의 계획은 세워놓지 않고 있다. 다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하는 농부가 되고 싶다는 정 조합장이 앞으로 인생 2막을 어떻게 꾸며나갈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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