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100년 전에 우리는 암울했다. 쇠락한 조선으로부터 이어진 무력한 대한제국은 일본의 위력으로 경술국치를 한반도가 겪게 했다. 이어진 일제의 강점기는 고통과 치욕의 나날이었다. 100년 전 3월, 민중이 일제의 압제에 항거하여 독립만세를 외치며 대한의 독립을 맨몸으로 부르짖었다. 이에 일제는 총칼로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했다.

정부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을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새로이 추서했다.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알려진 유관순 열사가 주도했던 아우내 장터의 독립만세운동에서만 유관순 열사의 부모를 포함하여 19명이 현장에서 순국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을 정도로 일제는 잔인무도하게 총칼을 휘둘렀다. 독립을 외치는 그들의 손에는 오직 태극기가 쥐어져 있을 뿐인데도 그랬다.

100년 전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봄철 내내 한반도 전역에서 계속된 독립만세운동은 일제의 무단통치를 문화통치로 바꾸게 했고 아시아와 중동의 민족운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년 전에 뜻있는 이들이 모여 '3·1운동 UN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기념재단'을 결성하고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잘하는 일이다.

우리는 힘없는 나라의 설움과 치욕을 경험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위정자들의 한심한 작태와 무능이 빚어낸 일제의 강탈이다. 침탈당한 국권을 되찾자고 독립만세를 외친 필부필부들의 삶의 고단함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가혹한 시련의 당시에도 잘 먹고 잘사는 친일파의 무리가 넘쳐났지만 우리의 독립이 이루어진 후에도 그들은 오히려 권력을 휘어잡고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을 내팽개치는 일을 벌였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그나마 바로잡아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을 찾아내고 그분들의 공훈을 선양해야 한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33명의 유공자를 포상했다. 이제껏 포상한 전체 독립유공자는 1만5천511명이다. 3·1운동으로만 사망한 분이 7천500 명이 넘고 구속된 분이 4만 7천여 명에 이르는데도 그렇다. 대부분의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후손들이 남아있지 않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다.

또한 3·1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유관순 열사의 공훈을 1962년도에 3등급으로 했던 것처럼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단순한 조력자로만 여겨온 게 당시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들을 찾아내어 세상에 알리는 이가 있다. 이윤옥 한일문화연구소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발굴하여 시집으로 펴내며 그들을 알리고 있다. 벌써 10권 째다. 이 소장은 우리에게 잊혀진 수많은 '유관순'이 있다고 했다. 당시에 독립운동에 참여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것은 남자들과는 달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공로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 도리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유관순 열사는 육신의 고통은 다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은 고통만은 견딜 수 없다고 외쳤고 백범 김구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한 경제력에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한 국력이면 되지만,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선열들의 숭고한 외침을 깊이 새겨야 한다. 높은 문화의 힘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발현될 것이다.

위정자들이 정의를 가슴에 품고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후손들의 안녕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위대한 선열들의 외침을 외면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도 100년 전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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