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수석교사

지난 해 3학년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가기 위해 버스에 승차하고 선생님들은 일일이 출석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그 때 특수학급 학생이 뒤늦게 등교하면서 한 편에 모여 있는 버스기사님들께 반갑게 손을 흔들면서 "안녕하세요? 버스기사들!"하고 큰소리로 인사하였다.

그 말을 듣고 적이 당황스러워서 '버스기사들'이라 하지 말고 '버스기사님들'이라고 말하도록 고쳐주려고 하였다. 그런데 버스기사님들 중에 한 분이 먼저 "요즘에는 버스기사선생님이라고 해야 돼."라고 하였다. 서둘러 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기사님이라는 말보다 버스기사선생님이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일까?

물론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는 곳이니까 관련된 주위의 여려 분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선생님이라는 말은 남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말이기 때문에 흔히 사용한다. 아마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호칭이 사장님 다음으로는 선생님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스스로 겸손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선생님으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 선생님으로 존중받기 전에 스스로 성찰하고 공부하려는 학생의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과거 학생은 선비를 뜻하는 말로 조선시대 최고의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가정에서 제사를 지낼 때 지방에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하여 돌아가신 아버지를 학생(學生)이라고 높여 부른다. 논어에서도 첫 구절이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하여 첫 글자가 학(學)으로 시작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태도이다.

선생님이 남다른 존칭으로 사회에서 많이 선호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선생님을 무척 힘들어 하여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학교에서 학생들이 겸손하지 못한 자세로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하여 이치를 탐구하고 겸손하게 성찰하는 태도는 사람이 가져야 할 바른 자세이다. 학생과 선생으로 굳이 구분하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려는 학생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로 존경받던 퇴계 이황선생은 자신보다도 훨씬 젊은 선비 기대승과 여러 해 동안 학문적 토론을 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자신의 주장을 고쳤다고 한다. 그리고 높은 벼슬길에 나아가기보다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고자 하여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선비로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학교에서 학생들과 더불어 선생님들이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려는 풍토로 변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워서 대립하고 갈등하기보다 겸손한 학생의 자세로 배우고 함께 협력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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