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정연정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미정상간의 하노이 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이유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서로 남탓을 하는 것이다. 다음 회담에 대한 기대를 남기긴 했지만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서로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한쪽에서는 핵미사일을 먼저 없애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니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정치도 만만찮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서로 남 탓하기에 바쁘다. 심지어는 최근 20대의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을 두고, 작금의 지지율 급락 사태는 현 정부의 실정이 아닌 이전 정부 시절의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 하여 논란이 되기도 한다.

5·18 유공자 공개와 관련해서도 이론이 분분하다. 비공개 원칙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5·18 유공자 뿐만 아니고 국가유공자, 베트남전쟁 고엽제 피해자 명단도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공개된 명단은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들 명단뿐이라는 국가보훈처 입장을 기본 전제로, 5·18 유공자에 관해서는 국가권력인 군대에 의해 희생된 시민의 개인정보를 개인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개하자는 측에서는 5·18 민주화 유공자라는 자랑스러운 경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출발하여 명단을 당당하게 공개해 명예를 드높히라고 주장한다.

사실 5·18 유공자와 관련해서는 그 대상요건이 6·25 참전 유공자나 순국선열, 애국지사에 비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다는 점, 독립 및 참전 유공자는 노령화에 따라 그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5·18 유공자의 경우는 최근까지도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그 처우에 있어서도 타 유공자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 문제로 지적되어 오기도 하였다. 이중에서 특히 취원지원 부문의 5~10%에 해당하는 가산점 항목에 대해서는 요즘 취준생들의 워너비인 공무원 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정연정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br>
정연정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러한 논란은 그 근원이 어디에 있을까? 청년시절 읽었던 철학에세이라는 책에서는 사물이 변증법적으로 변화하는 근본원인을 사물 내부에 있는 내적 모순에서 찾고 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어김없이 파문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그 파문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얼핏 보면 돌을 던진 외부행위가 파문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일 겨울이 되어 그 호수가 얼어 있는 상태라면 파문이 일어날 리 없다. 그렇다면 물결이 이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돌을 던진 행위가 아니라 물 자체가 갖고 있는 성질에 기인하는 것이 될 것이다. 흔히 말하듯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가 맞는 말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남 탓만 하다보면 결국 모든 문제를 남이 변해야 해결되는 구조가 될 터인데, 남을 변화시키기가 그리 쉬운가 말이다. 요약하면 내적 모순이야 말로 변화의 근본적 원인이고 따라서 외적 원인은 변화의 조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외적 원인은 근본적 원인이 아닌 내적 모순의 근본적 원인에 발현되기 위한 부차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인이야 로맨스를 하던 불륜을 저지르던 별로 괘념치 않는다. 다만 내가 하는 로맨스를 자기의 잣대로 보아 불륜이라고 떠들고 다니면 문제는 달라진다. 자신의 잣대를 남에게 까지 강요하는 건 행패와 다름 없다. 하지만 국가는 다르다. 이념차이에 따른 국가정책의 전환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정치와 정책에 목을 맨다. 저녁 8시 뉴스를 보고 나서 또 9시 뉴스를 보면 새로운 것이 나타날 정도로 정말 변화무쌍한 '다이나믹 코리아'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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