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작년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의를 할 때에 카자흐스탄에서 15년간 교육 봉사를 하고 있던 김정복 학장이 강의에 참석했다. 김학장은 충북 괴산군이 고향으로 청주교대를 졸업 후 초등과 중등 교직에 근무하다 명퇴 후 카자흐스탄 외대 원어민 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알마티시의 '알마티 고려인 노인대학' 을 설립하여 학장으로 근무했는데, 필자의 창작사랑방 글쓰기 교실에 참여했다.

최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특별전에 갔다. 카자흐스탄은 동서로는 알타이산맥에서 카스피해까지, 남북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지대에서 시베리아까지 펼쳐져 있는 카자흐인의 땅을 말한다. 그런데 이 전시회는 이들이 초원의 중심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3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 '대초원 문명, 황금으로 빛나다'는 50년 전, 학자 키말 아키셰프가 이식 쿠르간에서 기원전 4세기 왕자로 추측하는 황금인간을 발굴했다. 황금인간은 황금으로 된 장식품을 달고 있으며, 붉은색 고깔모자·옷·허리띠·신발·망토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경북 경주 계림로에서 출토된 '계림로 보검'(보물 제635호)이 소개되어 있다. 계림로 보검은 45년 전 경주 계림로에서 출토된 36㎝ 길이의 황금으로 된 칼이다. 이 칼은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동서 문물 교류에 의해서 신라로 흘러들어 온 것이다. 지난 9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금문명 엘도라도, 콜롬비아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를 본적이 있는데, 황금은 고대나 현재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2부 '초원, 열린 공간'은 카자흐스탄의 광활한 초원에 동서양 문화와 특산물의 교환, 그리고 다양한 민족이 이동하는 역사가 서려있었다. 3부 '유목하는 인간, 노마드'는 초원에서 살았던 유목민들의 애환이 담긴 보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된 이동주택 유르트(Yurt)와 전통 카펫인 시르마크, 그들이 사랑하는 악기인 돔브라를 보았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약 120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로 우리 동포 고려인은 9번째로 많은 약 10만 명이 거주한다. 이들은 옛 소련시절인 80년 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 일대에서 살다 이곳으로 옮겨온 고려인 1세들의 후손들이다. 고려인은 변방인으로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카자흐스탄 내에서도 하나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의 묘가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공원에 있는 것도 이주 정책의 일환이다. 전시장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인들을 소개하는 영상 작품을 보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문화도 중요하지만,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는 수출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다민족국가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지하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문화를 볼 수 있는 것은 경제협력을 위해서도 소중한 기회다. 또한 카자흐스탄이 유라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초원의 문화와 문명이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문화를 옆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을 생각하니, 이 지역교민의 발전과 교육을 위하여 '고려인 뿌리교육 재단'을 만들고 있는 김정복 학장이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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