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에이, 이 집 음식 별로네."

"그렇지? 가성비가 낮지?"

요즘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소비 트렌드의 대세인 '가성비(價性比)'님이다.

가성비 좋은 음식(점), 자동차, 전자기기, 아파트, 학원, 여행…. 데이트할 때도, 결혼하는 데도 가성비를 따진단다.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 가성비.

내게 있어 가성비가 가장 낮은 것은 면도날이다. 면도기는 싸게 해놓고 소모품인 면도날은 엄청 비싸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다. 모 축구선수가 광고했던 면도기를 쓰고 있는데 면도날 하나가 7천원 정도 한다. 이발 비용과 맞먹는 것도 있다. 그것도 일주일 정도밖에 못쓴다. 내 수염이 많거나 억센것도 아닌데. 면도날을 살 때마다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 면도기 회사에 농락당하는 느낌도 들고.

우리 소비자들은 업체의 마케팅전략에 잘도 속는 것 같다. 면도날, 잉크젯프린터, 게임기, 휴대전화, 사진기등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익없이 판매하거나 원가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이 발생하는 판매를 이끄는 마케팅전략을 리더전략(미끼마케팅)이라고 하는데, 질레트 창업자인 킹캠프 질레트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일회용 면도날이 질레트에서 1903년에 출시되었다고 하니까 우리는 100년이 넘게 그렇게 마케팅전략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어디 물건 뿐이겠는가. 어느 자료를 보니까,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보수는 국민소득 대비 세계 3위 수준인데 비해 가성비는 26위라고 한다. 물건이야 조금 아쉽기는 해도 대체재를 찾아쓰면 되겠지만 가성비 낮은 인간은 무엇으로 대체가 될까! 로봇으로?

최근의 소비 트렌드도 '가성비-가심비-나심비'로 발빠르게 나아가는 것 같다.

가성비는 보통 가격이 싼 것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가심비는 가성비+마음 '심(心)'으로 가격이나 성능보다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형태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함께 뜨고 있고, 나심비는 '나+심리+가성비'로 내가 좋다면 가격 안 따지는, 소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족들이 선호하는 소비형태라고 한다.

무엇을 사든 각자의 취향과 능력에 따라 알아서 할 일이지만 '베블런 현상'(비쌀 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 '배부른' 현상), 시발비용(시발+비용,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쓰는 비용), 탕진잼(탕진+재미) 등의 소비행태는 경계하고 자제해야 할 것이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신의 선물(여자는 화장, 남자는 면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화장품값, 면도날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이번 기회에 면도날 오래쓰는 방법도 알아보고, 정 안되면 전기면도기로 바꿔야겠다.

나의 가성비는 얼마나 될까?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할 좋은 사람들.

좋은 가성비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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