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한국교통대학교 창업중점교수

최근 숙박 앱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1천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이로서 국내 유니콘은 쿠팡, 옐로모바일, 엘앤피코스메틱,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7개가 됐다.

유니콘 기업은 비상장임에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즉 1조1천억원이 넘는 이례적 현상을 상상의 동물 '유니콘'에 비유한 이름이다. 2013년 미국 카우보이 벤처스의 에일린 리(Aileen Lee)이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화 됐다. 당시 38개였던 유니콘은 5년이 지난 현재 310개를 넘겼다.

2011년 팔란티어(미국, 빅데이터 기업) 등장 이후, 유니콘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2년 한 달마다 생겨나더니, 2014년부터는 일주일에 한 개씩 탄생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포춘 500대 기업이 20년 동안 이뤄낸 1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유니콘은 단 6년 만에 달성했고, 실리콘밸리의 전동 스쿠터 공유회사 '버드'는 1년 만에 도달했다. 그야말로 지금은 유니콘 전성시대다.

2007년 1월 9일. 이날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순간 중 하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2007' 기조연설자로 나선 스티브 잡스는 세 가지 제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터치 제어가 가능한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혁신적인 휴대전화' 그리고 '진보적인 인터넷 통신기기'가 그 주인공이다. 잠시 후 그가 소개한 것은 세 가지의 다른 제품이 아닌, 단 하나의 기기였다. 그리고 세상은 아이폰 이전과 이후 시대로 구분됐다.

아이폰 등장 이후 휴대폰 시장은 기존 절대강자였던 노키아를 비롯해 모토로라, 애릭슨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동차 시장은 2010년 6월에 등장한 우버(차량 공유서비스)라는 공동의 경쟁자를 잡기 위해 100년 동안 라이벌 이었던 벤츠와 BMW를 손잡게 만들었다. 브라이언 체스키가 설립한 에어비앤비는 호텔 업계의 공룡 하얏트, 힐튼, 콘티넨탈 등을 위협하며 숙박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수 년 동안 정보의 독점시대를 누려왔던 거인들은, 초연결사회로 진입과 함께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강요됐던 정보는 이제 언제, 어디서든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습득할 수 있고, 동시에 알려낼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스마트 폰이라는 엄청 센 놈이 만들어 낸 결과다.

최근 스타트업 강대국은 유니콘에 이어 데카콘(비상장 기업가치 100억 달러 기업), 헥토콘(비상장 기업가치 1천억 달러 기업) 육성에 열 올리고 있다. 이미 핵토콘 기업이 된 우버(미국, 모빌리티, 135조원)를 필두로, 바이트댄스(중국, 소셜미디어, 85조), 디디추싱(중국, 모빌리티, 63조원), 샤오미(중국, 하드웨어, 60조원), 위워크(미국, 공유오피스, 50조원) 등 세계는 총성 없는 유니콘 지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안창호 한국교통대학교 창업중점교수

1980년대 아시아에는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대만, 싱가포르, 한국, 홍콩이 있었다. 30년이 지난 2010년대 전 세계에는 유니콘 업계의 '사대천왕' 미국, 중국, 영국, 인도가 있다. 많은 전문가 들은 이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거대 시장'과 '네거티브 규제'를 꼽는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냉철히 진단해 보자. 세계 유일 분단국가 한국은 통일 전까지 거대 시장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규제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행위를 정하고 이외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유니콘 강국들이 주로 펼치고 있는 정책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출시할 때 일정기간 동안 규제를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로 스타트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유니콘 강국으로 가는 골든타임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사회적 대타협, 협동을 통해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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