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 둔 12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청주시 청원구 청주축산업협동조합 대회의실에 개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1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 선거구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 김용수<br>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 둔 12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청주시 청원구 청주축산업협동조합 대회의실에 개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1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 선거구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 김용수<br>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날이 밝았다. 충북 73곳(무투표 8곳 포함)을 비롯해 전국 1천344곳에서 진행되는 이번 선거는 각종 불·탈법 등 비리로 얼룩졌던 예전 조합장선거가 새롭게 거듭나는 시험대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거듭 맡아 진행하는 만큼 투개표 등 선거관리면에서는 안착된 듯한 모습이다. 반면 선거운동에서는 왜곡된 '돈 선거'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선택에 필요한 활동을 막는 허점속에 금품제공, 사전선거운동 등 불법행위가 여전해 혼탁스러운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충북경찰에 적발된 것만 따져도, 행사·기관·단체 등에 찬조금이나 물품을 전달한 금품제공이 10여건에 이르며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된 것도 2건이나 된다. 여기에 충북선관위가 따로 경고조치를 취한 것까지 합치면 30여건의 불법선거운동이 확인된 셈이다. 후보간의 엇나간 경쟁에 조합이 수사 대상이 된 경우도 있다. 충남에서는 밥을 얻어먹어 30배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일이 벌써 발생했다. 앞선 제1회 선거 당시 충북에서는 선거와 관련된 불법행위 41건이 적발돼 구속 2명 등 24건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한마디로 4년이 지났어도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조합장 선거가 불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조합장 권한 등 운영상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제한적인 유권자들만 표를 행사하는 조직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 선거법 미비로 인한 깜깜이 선거, 정보부족도 불법선거운동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다른 선거에 비해 선거운동 기간이 짧은 것도 한몫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고(緣故)에 치중한 선택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이에 대해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는 점도 좀처럼 개선이 안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농촌을 기반으로 한 조합들이 이처럼 내적으로는 여전히 낡은 관습에 얽매여 있지만 조합외부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농촌의 존폐위기가 거론되는 것은 공통의 문제이며 농촌 구성도 증가하는 귀농·귀촌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이 바뀌다보니 이들의 관심사도, 활동영역도 바뀌고 이들에 의해 존재하는 조합의 역할도, 관계도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이미 적지않은 변화가 시작됐고 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달라져야 한다. 이젠 조합의 활동은 물론 조합의 존속 차원에서 조합장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귀농·귀촌 실태를 보면 이들의 평균소득은 일반 농가에 비해 10% 가량 높아, 귀농전 평균소득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특화작목 등을 선택하고 농업외 경제활동을 더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결과다. 예전과 같은 과시적인, 권위적인 조합장 모습 대신 실질적인 역할과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세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에서 점점 쪼그라드는 조합이 될 것인지, 변화의 물결에 따라 새 항로를 열어가는 조합이 될 지는 조합원들의 손에 달렸다. 현명한 선택이 조합과 조합원을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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