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댄스
브레이크 댄스
  • 중부매일
  • 승인 2019.03.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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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문학]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대학에 근무하던 시절, 반항기와 큼지막한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 그리고 모자를 삐딱하게 쓴 학생들이 강의실 뒷자리에 모여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수업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예의주시했지만 이 학생들은 당시 국내에서 꽤 유명한 비보이팀들이었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무대에서의 만남이었다. 현란한 비트에 상상할 수 없는 몸짓이 관중들을 매료시켰고, 이들이 춤과 음악에 몰입하는 모습과 오랜 연습을 통해 신들린 듯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는 그들의 노력과 땀의 결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사없이 비트만 나오는 부분을 강조하는 간주부분(break time)에 나와 현란한 춤을 추었다. 브레이크 타임에 춤을 춘다 해서 나온 이름이 브레이크댄스(break dance)다. 이 춤을 추는 댄서를 비보이(B-Boy)라하고, 이들의 춤을 '비보잉(B-Boying)'이나 '브레이킹(Breaking)'이라고 한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아프리카계 미국인 청소년들에 의해 흥행되었던 브레이크댄스는 우리나라에 80년대 유입되어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브레이크댄스는 힙합음악과 밀접하다. '엉덩이(hip)'와 '들썩인다(hop)'는 의미를 지닌 힙합음악은 흑인들을 대변하는 문화중 하나로 미국의 백인사회에 대항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음악과 더불어 춤 역시 백인에 대항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브레이크 댄스에 브라질의 전통무술인 카포에이라(Capoeira) 기술이 접목돼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카포에이라의 화려한 기술 뒤에는 식민화되었던 브라질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다. 아프리카 출신 노예에 대한 수탈이라는 비극적인 역사가 배경을 이루고 있고, 아프리카의 문화와 브라질의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무술이다. 앙골라, 콩고 등의 노예들이 킬롬보스(Quilombos)라는 공동체를 형성해 맨몸으로 맞서 싸우는 방식이 카포에이라가 된 것이다. 한때 폭력성이 강해 금지되기도 하였다. 카포에이라가 브레이크 댄스로 접목된 데에는 카포에이라의 화려한 기예를 흥겨운 음악과 작은 공간이 만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는 저항성과 폭력성이 사라지고 신체에 대한 도전으로 공연이나 신체단련을 위한 스포츠로 대중화가 되었고, 카포에이라 서클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들에게 보호 받는 브라질의 전통문화가 되었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지난 22일 2024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브레이크 댄스를 정식 종목으로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유력후보종목이었던 야구와 가라테가 제외되고 브레이크댄스가 후보종목으로 거론된 것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도 놀라는 눈치다. 도쿄는 야구를 부활시켰고 일본 종주국 종목인 가라테를 추가했다. 하지만 파리는 유럽에서 자리잡지 못한 야구를 퇴출시켰고 일본중심의 가라테역시 퇴출시키며 브레이크댄스를 추가한 것이다. 브레이크 댄스의 올림픽 채택에 대해 국제스포츠계에서는 유럽중심의 스포츠와 청소년의 올림픽 관심을 유도하려는 IOC의 의지로 평가했다. 특히 브레이크 댄스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청소년(Youth)올림픽에서 최고의 인기종목으로 평가받은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의 음지문화로만 여겨졌던 브레이크 댄스가 이제 양지로 나와 세계적인 스포츠로 받돋움하게 됐다. 스포츠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접목되면서 또 다른 흥행과 대중화된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문화적 산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스포츠들이 무예적인 요소가 놀이(play)로, 이것이 게임(game)화되고 스포츠(sport)화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스포츠의 발달과정은 어른들이 만들어내지 못한다. 많은 놀이와 게임들은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활동에서 만들어지고 대중화되어 간다. 어른들은 이러한 문화를 스포츠라는 제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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