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

지난 3·1절은 1919년의 3·1운동 함성으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아픔도 있었지만, 근대화와 산업화를 통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쾌거를 이뤘다. 문화적으로는 k-pop 등 한류의 세계적 확산으로 큰 성공을 했다. 하지만 급속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거치며 변질, 훼손돼 계승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공연예술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무형의 문화유산들이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됨에 따라 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전국에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잊힌 전통예술의 원형들이 많이 있다. 전통예술은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이 담겨있는 문화적 산물이다. 그래서 전통예술의 새로운 미래가치 창출이 이 시대에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전통예술의 복원과 재현을 통해 새로운 창작소재 발굴과 문화콘텐츠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 둑제 복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12년간 여자 어름사니 줄타기, 솟대쟁이 놀이 등 90여 개의 전통문화 원형을 발굴했다.

필자 또한 여러 공동연구자와 함께 2018년 사업에 '웅진백제시대 악무 콘텐츠화' 과제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백제시대에 주목했다. 그중 지역주민에 의해 실제 제례로 진행되고 있는 현행 '웅진백제왕 추모제'를 대상으로 백제시대의 제례악무를 찾고자 했다.

웅진백제 제례악은 그 실체를 알 수 없으므로 웅진백제 제례악의 재현은 창작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창작할 경우 근거가 없어 역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웅진백제 제례악 재현은 현재 전승되는 궁중제례악의 맥락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 백제악의 성격을 담아 재창조하기로 했다. 그래서 웅진백제 제례악을 지속성 있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 웅진백제왕의 추모제례에 연행되는 악무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했다.

백제시대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문헌 기록은 취약하다. 다행히도 백제금동대향로의 오악사 모습에서 백제악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백제시대 당시의 악곡과 선율 등 음악 자체의 복원과 재현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웅진백제왕 추모제의 예법과 격식은 유교문화의 전통을 이어 치르고 있다. 이 또한 조선시대부터 전해진 전통이므로 충분한 역사성과 타당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향후 '백제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불교제의와 도교제의까지 포함하여 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백제시대의 문화정체성이 담긴 제의인 동시에 축제로서의 문화콘텐츠 개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난 2018년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에는 근대공연예술 경성일보 기초자료화, 기완별록 복원 연구, 충청유교문화권 서사의례 및 가정의례, 북한 토속민요의 체계적 연구 및 재현 등이 추진돼 다양한 전통예술 원형 탐색의 연구성과를 도출했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br>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의 의의는 세 가지다. 첫째, 전통예술 원형 탐색을 통한 동시대적 공연문화 확산이다. 국가적으로 역사의 흐름에 있었던 문화를 복원하는 것은 우리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둘째, 지역전통예술 발굴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과의 공감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한반도 평화 시대를 맞아 남북문화교류 기반 구축이다.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북한전통예술에 대한 원형 탐색은 결국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은 남북·세계가 더불어 잘 사는 문화, 모든 국민이 포용하며 누리는 다양한 문화 실현의 근간으로 문화예술 창작의 원천인 동시에 콘텐트의 보고(寶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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