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종주국 명성 되찾기에 올인한 '29세 열혈인삼맨'

이충근 '삼남자 인삼농장' 대표가 농장앞에서 인삼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군대를 제대하고 인삼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돕다 아예 인삼농장 대표가 되어버린 '삼남자 인삼농장 CEO' 이충근(29세·충북 보은군 장안면 봉비길 175)씨. 인삼농사에서부터 인삼 직거래, 인삼가공식품판매에 최근 인삼카페까지 문을 연 그는 '열혈인삼맨'이다.

그가 군 입대를 위해 휴학을 했던 대학도 창업을 목표로 하는 경남 진주대 벤처경영학과 였고 아버지의 농사를 돕다보니 겨울에는 휴식기가 있어 인삼농사가 자신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 특산품인 인삼의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고 싶은 욕심이 그의 창업욕에 불을 당겼다. 이 대표는 복학 후 수업을 일주일에 2~3일로 단축시키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2015년 6월 대학을 마치고 보은으로 온 이 대표는 남자다운 남자를 뜻하는 '상남자'와 비슷한 어감에서 따온 '삼(蔘)남자'를 브랜드로 '삼남자 인삼농장'을 설립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인삼을 재배하는 아버지의 정직한 농사철학을 옆에서 보면서 사람의 생명에 꼭 필요한 먹거리 생산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제가 젊은 만큼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건강해지는 인삼산업에 도전하고 싶어 뛰어들었습니다."

 

# 인삼농사 30년 전문가 아버지와 윈윈

인삼밭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 대표가 뛰어들면서 집안 인삼농사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대표의 아버지 이성한(60세)씨는 인삼농사 30년 전문가인데 아들이 본격적으로 관여하면서 초기에는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아들인 이 대표가 충북대에서 충북마이스터대학 인삼전공 과정을 들으면서 인삼에 대한 전문지식도 알게 되고, 전국 각지의 인삼농가도 견학하면서 얻은 새로운 농법을 접목하고 싶은 욕심이 발동해 1차 산업에 CEO가 둘인 셈이 되었던 것. 이후 이 대표는 깊은 생각 끝에 아버지는 인삼농사에 전문가인 만큼 1차 산업에 전념하고, 2, 3차 산업인 인삼가공과 유통, 판로개척에 집중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재배면적도 이 대표가 뛰어들면서 1만2천평에서 3만평으로 확대됐다. 사실 '삼남자 인삼농장'의 인삼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다보니 크기가 좀 작은 편이어서 크기와 무게로 등급이 결정되는 도매시장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대표는 직거래와 다양한 인삼가공제품 생산으로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창업한 '카페 삼차'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고군분투의 삶이지만 보람찬 미래

삼남자 홍삼가공 과정.

이렇게 가업으로 이어온 인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향 보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농부이자 CEO인 이 대표의 하루는 짧고 고단하다.

"농업이 6차 산업으로 각광 받으면서 미래가 밝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농업인으로서 살아가기는 힘든 게 현실입니다. 밭에서 농산물 생산도 빠듯한데 2, 3차 산업까지 가기가 너무 벅찹니다. 농법 연구하랴, 제품 개발하랴, 현실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이 역부족이죠. 그래서 가능한 저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인삼 소비량이 0.42kg에서 2016년 0.35kg으로 줄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른 인삼 소비량도 늘려보고 싶고, 먹는 방법도 다양하게 바꿔보는 등등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며 웃는다.

이런 현실에서 부러운 것은 농사만 지으면 국가에서 가공, 유통, 판매를 책임져 주는 캐나다이고, 세계의 인삼 유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홍콩이다. 그렇지만 부러워만 할 수 없는 것이 또 현실임을 잘 알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하나 하나 돌파해 나가고 있다.

"후회는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개발해 인삼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는 그날까지 저의 도전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세계인이 맛있게, 간편하게 먹는 삼남자의 인삼을 기대해 주십시오."

183cm의 큰 키에 선한 미소로 드넓은 인삼밭을 누비고 있는 29살 청년의 꿈은 오늘도 보은 장안면 봉비리에서 그렇게 여물어가고 있다.

인삼밭에서 자라고 있는 인삼.

 

또 하나의 도전… 올해 2월 '카페 삼차' 창업

 

보은 삼산로 2길 6, 동다리 방앗간 맞은편에 인삼전문점인 '카페 삼차'

'삼남자 인삼농장' 이충근 대표는 올해 2월 2일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했다. 보은 삼산로 2길 6, 동다리 방앗간 맞은편에 인삼전문점인 '카페 삼차'를 오픈했다.

"소비자의 건강, 농업인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라는 문구가 써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인삼밭 해가림시설을 형상화한 천정과 긴 형광등 조명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건강을 상징하는 약장과 편안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갈대, 그리고 은은한 인삼향이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아늑함과 함께 건강해지는 느낌을 준다. 카페 인테리어는 보은 읍내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인 누나 현숙 씨가 큰 도움을 줬다.서이 곳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농사 지은 인삼으로 만든 삼차 라떼, 삼차 슈페너를 대표메뉴로, 홍삼 진액차, 홍삼 밀크티, 생인삼 우유쥬스, 홍삼미숫가루는 물론 진생베리차, 홍삼차, 인삼꽃차, 홍삼유자차 등의 15가지 건강음료를 특화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보급과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삼열매인 진생베리차도 맛볼 수 있다. 진생베리는 인삼의 일생중 가장 젊고 생기가 가득한 4년근 인삼에서 1년 중 7월에 한정된 기간에만 얻을 수 있는 열매로 탁월한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항산화 식품이다. 이와 함께 삼남자 인삼농장에서 제조한 홍삼액과 홍삼스틱 등의 가공제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카페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인삼 특화'라는 차별화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카페 삼차'는 그가 젊기에 시도할 수 있는 인삼의 판로개척과 맛있게 인삼먹기에 대한 실험이자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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