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0여구 수습… 신원 가늠 가능한 중요 증거물 발견

한국전쟁기에 희생된 민간인 유해발굴 조사가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땅에 묻힌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 이지효
한국전쟁기에 희생된 민간인 유해발굴 조사가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땅에 묻힌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전쟁기 희생 민간인 유해발굴조사 현장에서 신원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도장)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희생자의 유족으로 추정되는 여동생이 살아있어 DNA 검사 후 일치하면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유해중 처음으로 가족을 찾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도 용역 의뢰를 받은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지난 8일 개토제를 시작으로 보은군 아곡리에서 유해발굴조사를 실시해 현재까지 3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조사단은 특히 희생자 신원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 한문으로 새겨진 도장을 발굴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충북대 국어국문과와 고고미술학과 전공 교수들을 통해 크로스 체크해 성명을 확인한 상태다.

박선주 공동조사단장은 "현재 희생자 유족이 등록한 이름과 도장의 이름과는 확인한 상태지만 더욱 정확한 것은 감식이 끝난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현장에서 희생자 30여명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같은 규모는 사건 증언자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규모이다.

'만세' 자세로 발견된 유해. 근처에서 사살 후 끌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 유해발굴단
'만세' 자세로 발견된 유해. 근처에서 사살 후 끌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 유해발굴단

보은군 아곡리 사건 증언자들은 "청주·청원에서 트럭 1대에 실려 이곳에 왔다"고 밝힌 상태이다.

박 단장은 "여러명의 증언을 토대로 종합해가는 과정"이라며 "유일한 목격자인 김덕호 씨가 2년전 사망해 더이상 실제 목격자의 증언은 들을 수 없지만 당시 트럭 1대로 이곳에 왔다고 하니 트럭 1대에 30~40명의 사람이 탈 수 있었기에 발굴된 유해 숫자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이곳에서는 탄피가 발견되지 않아 인근에서 사살 후 이곳에 묻어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근처에서 사살 후 시신을 끌고온 자세인지 양쪽으로 던져 생긴 자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세' 자세로 발견된 시신들이 있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세찬 유족 대표가
현장에서 만난 이세찬 유족 대표가 "유해발굴은 정부차원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이지효

조사단은 발굴된 유해는 이번주말까지 감식 등 유품 작업을 마무리 해 다음주 수요일인 20일께 세종 추모의 집으로 모실 예정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도의회 제안으로 충북도가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유해발굴조사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세찬(84) 유족대표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이시종 지사께서 예산을 책정해 이같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유해 발굴은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이분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유족들에게 시신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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