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깊은 숲 속, 눈처럼 하얗고 예쁜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하얗고 예쁜 집을 늘 자랑스러워하는 할머니가 살았지요. 그 옆에는 하얗고 예쁜 고양이도 있었고요. 할머니는 날마다 자신이 아끼는 하얀 집을 더 하얗게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그러다 보니 걱정도 적잖게 늘어갔습니다. 밤새 새들이 날아와 "벽에다 똥이라도 싸 놓으면 어떡하지?", "다람쥐, 너구리들이 쳐들어오면 어떡하지?" 고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틈틈이 하얀 집에 뭐라도 묻을까 혹시 자신이 없는 사이 누가 와서 낙서라도 할까봐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외로워하진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든든한 친구, 하얀 고양이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집을 구석구석 청소하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하얀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당장 고양이를 찾으러 나갈까 생각 하다가 '집을 비웠을 때, 다른 녀석들이 자신의 집을 엉망으로 만들지도 몰라' 하고 망설이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이 흘렀습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하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 눈에는 뭔가 작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들이 구석 한 편에서 보였거든요. 바로 새끼 고양이들이었습니다. 할머니 집은 곧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빨강이는 할머니 스웨터를 풀어 놓고, 노랑이는 하얀 벽에 발자국을 꾹꾹 찍어 놓고, 분홍이는 할머니가 마시려고 준비해 놓은 커피를 쏟아버리고…. 점점 집은 난장판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새끼 고양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게 물건들을 쏟고 흘리고 묻히고 깨뜨리고 할머니의 눈부신 청소활동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닦고 치우고 정리하다가 할머니는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눈에는 신기한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빨강이 노랑이 분홍이는 다 달랐습니다. 빨강이는 모든 걸 헤쳐 놓는 재주가 있었고, 분홍이는 뭐든지 핥고, 노랑이는 무엇이든 발을 딛고 올라서는 걸 좋아했지요. 새끼 고양이들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언젠가부터 할머니는 걱정하거나 화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양이들을 보고, 또 보는 게 즐거웠거든요. 동화책 '할머니와 하얀 집'의 스토리다.

학기 초가 되면 부푼 꿈과 희망을 갖고 학부모들이 학교로 달려갑니다. 올 해도 학교설명회 프로그램에 무엇을 넣어 비전(vision)을 제시할까요? 독서 코너 하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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