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넘어 국가대표로 달린다

충북도지사기차지 시·군대항역전마라톤대회를 통해 성장한 (오른쪽부터) 손명준, 신현수 선수가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고등부 5천m 결승전에서 선두로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신현수 선수는 이날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중부매일DB
충북도지사기차지 시·군대항역전마라톤대회를 통해 성장한 (오른쪽부터) 손명준, 신현수 선수가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고등부 5천m 결승전에서 선두로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신현수 선수는 이날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1990년대 중반까지 충북도지사기차지 시·군대항역전마라톤대회를 주도했던 곳은 단양군이었다. 청주나 충주, 제천 등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육상 실업팀을 보유한 유일한 자치단체였기 때문이다.

단양군은 1회 대회 때 청주시에 우승을 뺏기며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후 대회 4연패(2~5회)를 하며 명예를 회복했다. 4위에 머물렀던 1회 대회 당시에도 최우수선수상은 단양군 양광석 선수가 차지할 만큼 선수단의 수준은 타 시·군을 압도했다. 양 선수는 앞서 88경호역전마라톤 구간우승 및 1989년 8·15경축마라톤과 3·1절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충북 육상 중·장거리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선수였다.

단양군의 독주가 이어지자 타 지자체에서도 실업팀 창단에 열을 올린다. 괴산군청·제천시청과 음성군청 1995년, 진천군청 1997년, 영동군청 1998년, 청주시청 1999년, 옥천군청 2002년, 충주시청 2006년 육상팀을 창단하고 육상선수 발굴에 힘을 쏟는다. 충북 육상이 전국을 재패할 수 있는 신호탄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엄광열 충북육상연맹 전무이사는 "당시 시·군간 경쟁의식으로 실업팀이 창단되지 않았다면 충북육상이 이정도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중부매일의 역전마라톤대회가 육상 실업팀 창단을 이끌었다고 봐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고 말했다.

각 시군의 실업팀 창단으로 상향평준화된 충북은 이후 역전마라톤대회에서 청주시(청주 14, 단양 5, 제천 3, 진천 2, 음성 2, 영동 1, 충주 1회 우승)를 중심으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제천시가 두각을 보이며 대회 2연패(28~29회)에 성공, 30회 대회에서 3연패 달성을 노리고 있다.

실업팀 창단으로 체계적인 선수육성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충북은 지역대표가 아닌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무더기로 배출하게 된다. 이들 대부분이 중학교 때부터 충북역전마라톤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던 터라 타 시·도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충북역전마라톤대회 6·10·20회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유영진(현 청주시청 육상팀 코치)은 전국대회 중·장거리 종목을 싹쓸이하며 충북 육상을 이끌었다.

입상경력도 화려하다. 76회 전국체육대회 5천m 2위를 시작으로 78회 10㎞ 3위·5천m 1위, 79회 1만m 2위·5천m 1위, 80회 1만m 1위·5천m 1위, 81회 1만m 1위·5천m 2위, 90회 1만m 1위, 92회 마라톤 12위를 차지했다.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전국 최강자 자리를 수년간 지켜온 것이다.

현재 선수생활을 은퇴한 유영진은 청주시청 실업팀에서 육상코치로 활동하며 후배양성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선수시절 뛰어났던 기량만큼 지도력도 인정받아 충북역전마라톤대회 26·27회 대회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유영진 코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역전마라톤을 뛰었다. 어려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그랬는지 그때는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즐겁게 뛰었던 것 같다"며 "중학교부터 쌓아온 경험 덕분에 고등학교 때 몸이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기록도 나오고 하면서 성인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유영진의 뒤를 이은 청주 출신 신현수(현 한국전력공사·육상국가대표)는 89회 전국체육대회 10㎞ 1위·5천m 1위, 90회 10㎞ 1위·5천m 1위, 96회 1만m 2위, 97회 1만m 1위· 5천m 2위, 98회 1만m 1위를 달성하며 황금세대 명맥을 이었다. 또, 충주 출신 이경호(현 한국전력공사·육상국가대표)도 96회 전국체육대회 5천m 2위, 97회 10㎞ 1위·5천m 1위, 99회 5천m 4위, 1만m 5위에 오르며 힘을 보탰다.

여성부에서도 괴산출신 김성은(현 삼성전자)이 제87회 전국체육대회 10㎞ 2위·5천m 1위, 92회 1만m 1위, 95회 1만m 2위, 99회 1만m 2위를 차지했고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또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충북역전마라톤대회 27·28회 최우수선수에 오른 최경선(현 제천시청)은 제98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2위, 99회 1만m 1위·5천m 1위로 여성 육상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충북역전마라톤대회 출신으로 기량을 쌓아온 충북은 전국체육대회 중·장거리 종목을 싹쓸이했다. 충북역전마라톤대회 개최와 실업팀 창단 시기가 충북 육상 황금기와 맞물린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1960년도 3연패 이후 우승과 멀어진 경부역전마라톤대회로 이어진다. 충북역전마라톤 코치·선수들은 서울 등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재치고 1990년대 후반부터 열린 18번의 대회에서 17번 우승하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충북역전마라톤에서 시작된 육상 중·장거리 중흥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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