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 최서인

우리는 주로 싱숭생숭하였다
체온이 식어가는 것을 지켜봐 주면서

동네 두부집에서 갓 나온 두부를
너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네가 가끔 울던 이유에서 슬픔을 걸러내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몽글몽글한 온기를 혀로 뭉개며 눈을 맞춰 올 때
나는 두부가 아주 차갑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밥 대신 두부를 먹는 일이 잦았고
어느 날 아침엔 눈을 떠보니 네가

내 한쪽 어깨를 조금씩 떠먹고 있었다
나는 오래 따뜻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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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가난한 자취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재료는 아마 두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동네 두붓집에서는 크고 뜨거운 두부를 천 원에 판매한다. 나는 그것을 사서 비닐봉지에 넣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겸손해진다. 젊고 가난하고 슬퍼서 따뜻한 몸이 바로 두부다. 이제 앞으로는 "네가 가끔 울던 이유에서 슬픔을 걸러" 낸 모습으로 두부를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두부가 식어 "아주 차갑지 않"게 될 때의 온도가 그들 사랑의 온도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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