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최동일 기자
  • 승인 2019.03.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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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정원의 수선화와 상사화가 파릇파릇 올라오고 뒤뜰에 매화꽃이 피어났다, 앙증맞은 꽃다지와 보랏빛 얼굴로 제비꽃이 인사를 한다. 여기저기서 수런수런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열린 빨간 산수유 열매를 매달고 노랑색의 꽃을 피우며 살포시 미소 짓는 모습은 뒤뚱거리며 걸음마 연습하는 손녀딸 같다.

수양버들에 물이 오르고 벚나무의 꽃망울이 통통해져간다. 까치내 들판에 경운기 소리가 산천을 깨우고, 걸음 통을 짊어진 농부의 일손이 바빠지는데 비닐하우스 속 딸기밭에 벌과 나비가 날아드니 봄은 정녕 와 있었다.

밥상위에 냉이국이 오르고 달래와 쑥향이 입맛을 돋우는 봄은 언제나 신선함을 안겨 준다.

희망과 꿈을 키우는 봄을 하늘 높이 떠 지저귀는 종달새가 화음을 이루고, 과수원집 아저씨는 과수 나무전지 하느라 바쁘다. 순이 엄마는 아들딸들에게 나누워 줄 감자 심기에 여념이 없다.

때아닌 찬바람이 몰아치더니 희끗희끗 눈발을 날리며 꽃샘추위를 몰고 온다. 심술을 동반한 이상기온 탓에 농부들의 조바심은 한숨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사계절 비닐하우스 안에는 가지가지 채소들이 신선함을 자랑하는데 허리 굽은 주인은 쪼그려 앉아서 채소단 묵기에 바쁘기만 하다.

3월 13일 농협 조합장 선거 날, 조합장이 되어서 농민들의 삶에 활력을 주겠다는 입후보자들은 그동안 들판이고 비닐하우스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 다녔다.

집으로 가보았자 조합원을 만날 수 없어 고달픈 행보가 이어졌다. 마치 꽃을 찾아 날아드는 벌 나비처럼 달콤한 공약을 내세우며 조합원을 찾았다.

선거는 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마치 봄이 오는 것처럼 희망과 꿈을 가득 안고 앞으로 닥아 올 여름과 가을을 준비하는 것처럼 처음엔 희망으로 가득하다.

내겐 귀하고 귀한 동생이 있다. 어려서 내 손길에 자라난 동생이기 때문이다. 그 동생이 군의원과 농협 조합장 선거에 입후보 한 적이 있었다. 선거 운동기간이란 피 말리는 시간이다. 해가 지면 골목길에 서있는 전봇대도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입후보자 앞에서는 달콤한 말만 속삭여 주기 때문에 구름 위를 걷듯 당선 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마치 새봄이 왔다고 창밖에서 새벽마다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며 짝짓기를 서두르는 새들의 지저귐과 같았다.

당선 되었을 때의 그 희열이란 무엇에 비길 수 없을 만큼 성취감으로 가득한 짜릿함을 맛보기도 하였고, 떨어졌을 때 그 패배감과 실망감이란 한 차원 성숙함을 가르쳐 주기도 하는 것이 선거라고 말하고 싶다.

개표가 시작돼 당선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간 승부는 냉혹하기만 하다.

목표를 향하여 뛰었던 지역사회의 입후보자들은 다 믿음직스럽고 조합원들이 좋아하는 분들이었다. 조합원들의 단합이 봄이 무르익어 온 세상을 꽃으로 물드리 듯 평화 스러워지기를 바랄뿐이다.

또한 당선자는 풍성하게 조합을 잘 이끌어 선거 공약을 잘 이행하며 조합원 모두를 포용하겠지만 떨어진 분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분열 없는 조합원의 단결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당선자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며 화창한 봄의 길목에서 지역의 화사한 꽃이 되어 화합의 풍성한 결실을 걷길 바란다.

봄은 이렇게 아픔을 동반한 인생처럼 희노애락의 길임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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