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재청이 지정한 전국 7대 문화유산권의 하나인 중원문화권의 보고(寶庫)가 될 국립충주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건립 타당성이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바탕이 되고 있는데, 박물관 건립을 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의뢰한 용역이어서 사업에 탄력이 기대된다. 추진여부의 관건인 경제성 면에서 비용편익비율이 올해 개관 예정인 국립익산박물관(미륵사지유물전시관)보다 높다고 한다. 이에 충북도에서는 내달 범도민대회를 열어 도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역량을 모으는 등 힘을 보탤 계획이다.

국립충주박물관의 기반인 중원문화권은 충북 북부를 중심으로 넓게는 강원 일부와 경기 남부, 경북 북부를 아우르는 권역이다. 남한강 상류 주변으로 다양한 선사유적과 삼국의 문화가 공존하면서, 금강지류인 청주일원의 서원문화권과는 차별화된 문화권역이다. 특히 다른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금석문, 성곽, 호국사적 등이 산재해 있다. 이 권역의 지정문화재는 충주 106건, 단양 85건, 제천 72건 등 556건이며 국립박물관에 전시 및 활용가능한 수준의 유물은 1천627점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우리 역사의 중심지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원문화권의 정수(精髓)를 한곳에 모아 이 권역을 상징하고, 그 문화를 알리면서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전국 7대 문화권 중에서 국립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권역이며, 국토종합계획 문화관광권역의 한 축임에도 이를 대표할 변변한 역사문화공간 조차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에 지역민의 역량을 모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문화적 측면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국립충주박물관의 건립은 꾸준히 요구돼 왔지만 이에대한 추진동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국립박물관 건립을 통해 선사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찬란한 중원문화권의 유물전시, 콘텐츠 발굴 등이 이뤄질 것이다. 이와 함께 복합·융합문화, 타 문화권과 차별화된 역사성 등을 학술적·실체적으로 표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화적 차별성을 갖췄음에도 마땅한 공간·시설이 없어 전국의 대학 수장고와 국립청주박물관 등 다른 곳에 분산 보관됐던 이 지역의 발굴·출토 유물·유적들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유리관 속 전시유물을 훑어보는 관람을 넘어, 그 당시 선조들의 삶과 생활환경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문화체험의 장이 앞으로는 요구될 것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지역문화는 그곳에 사는 지역민 및 그 지역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삼국시대 오랫동안 국가간 경계에 위치해 생활하다보니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북 특유의 정서가 발달했다는 그럴듯한 설명은 그 인과관계의 여부를 떠나서 충북의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더구나 갈수록 지역색이란 특성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후손들에게 그들이 나고, 자란 곳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은 문화적으로 꼭 필요한 토양이랄 수 있다. 국립충주박물관이 그런 역할을 수행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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