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향토음식거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초밥'
속리산 향토음식거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초밥'
  • 송창희 기자
  • 승인 2019.03.18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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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이색음식점 '청년식당 속리산' 셰프 권동환
보은군 속리산면에서 2년째 전문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권동환 셰프. 모든 음식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권 셰프 뒤로 그런 '청년식당 속리산'의 운영 비결을 말해주는 '느리다'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보인다. / 송창희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보은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속리산 향토음식거리를 걷다보면 사람보다 훨씬 초대형 일식셰프 인형을 만나게 된다. "어? 향토음식거리에 웬 일식셰프 인형이지?"하며 신기한 마음으로 시선을 옮기면 '청년식당 속리산'이라는 초밥전문점에 눈길이 닿는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266. 산채비빔밥과 파전, 동동주가 일색인 거리에서 생선회와 초밥, 모밀, 우동 등 전문일식을 선보이고 있는 권동환(43세), 김지혜(41세) 부부.

이들 부부는 2년 전 우연히 속리산 구경을 왔다가 도시생활을 접고 이 곳에 정착하게 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난 눈 덮힌 속리산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빠진 동환 씨는 경기도 안양의 친형 일식집에서 10년간의 셰프생활을 접고 과감하게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 이런 결단은 아내 지혜 씨가 심한 천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공기 맑은 속리산 자락에서의 새 삶에 주저함이 없었다.

#영화같은 러브스토리…그래서 소중한 일상

사람보다 큰 초대형 일식셰프 인형 옆에서 포즈를 취한 권동환, 김지혜 부부. 이들 부부를 응원하기 위해 배제대 조소과 후배들이 만들어준 권 셰프의 캐리커쳐 조형물이다.
사람보다 큰 초대형 일식셰프 인형 옆에서 포즈를 취한 권동환, 김지혜 부부. 이들 부부를 응원하기 위해 배제대 조소과 후배들이 만들어준 권 셰프의 캐리커쳐 조형물이다.

사실, 이들 부부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10여 년 동안 수녀원에서 생활했던 부인 지혜 씨와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남편 동환 씨는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건강문제로 수녀원에서 나오게 된 지혜 씨와 동환 씨는 신앙이 같고 둘 다 미술에 조예가 깊어 대화가 잘 통했고, 무엇보다 지혜 씨가 수녀원 밖의 세상을 익히는 데 동환 씨가 동화 속 키다리 아저씨처럼 큰 도움을 줬다.

이렇게 신앙 안에서 만난 부부는 "음식으로 선교한다"는 마음으로 신선한 재료와 착한 가격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하루는 아침 장보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연어와 참치는 휴일인 매주 수요일 서울과 안양의 수산시장에서 구입해 속리산으로 가져온다. 보은지역에서는 좋은 생선을 구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재료는 모두 지역에서 나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동환 씨는 배제대 조소과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맛은 물론 비주얼이 예쁜 음식으로도 소문이 나있다.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모든 음식을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식당 한 가운데 벽면에 '느리다'라고 크게 써 붙여 놓았다. 이것이 2년 전 개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착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요즘 TV프로그램에 음식장인들이 많이 소개 되잖아요. 제가 봐도 '와~ 어떻게 저렇게 까지 하지'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가 생각해 보게 되죠. 그리고는 '나는 마음이 장인(匠人)이다. 하느님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하며 위안을 삼죠. 늘 음식으로 선교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깐깐한 음식철학 알아주는 사람들에 새 힘

원래 '청년식당 속리산' 자리는 콩을 테마로 한 두부전문점이었다. 2개월 만에 문을 닫은 가게를 인수해 지금까지 이름과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부터 천식이 심한 아내를 위한 일이었지,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식당은 아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알아주면 고맙고,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정직한 식당'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의 희망사항도 가겟세나 주변 여건이 변하지 않아 지금과 변함없는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젠 시간이 흘러 그런 동환 씨의 진심을 알아주는 단골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음식만은 자신만의 깐깐한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초밥은 하루에 몇 번이고 그 때 그 때 밥을 지어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들어 손님상에 낸다. 또 연어와 참치는 일반적으로는 다시마에 숙성을 시켜 쓰지만 동환 씨는 소금으로만 숙성해 생선 본연의 맛을 살리고 있다. 또 모밀은 값은 비싸지만 모밀의 함량이 많은 국수를 대구에서 공수해 오고, 육수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그리고 야채 위주로 맛을 내는데 대파를 구워서 깊은 단맛과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 비법이다.

보은 읍내에서 자동차로 멀게는 40~50분씩 달려 찾아오는 단골들이, 또 속리산에 왔다가 우연히 찾은 관광객들이 "맛있는 음식에 너무 행복했다"는 말을 건넬 때 하루의 보람을 느낀다는 셰프 동환 씨. 그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속리산처럼 그렇게 넉넉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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