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세먼지 '신호등'… "마스크 쓰고 외출하세요"

충북도내 대기오염도를 실시간 측정해 미세먼지 경보·주의보 등을 발령하는 충북보건환경연구원 환경조사과 연구사들과 민필기 원장이 상황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미세먼지문제가 연일 심각해지면서 미세먼지 경보·주의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충북도내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미세먼지 경보 총 50회가 발령됐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5분 간격으로 대기질을 측정해 경보·주의보 등을 발령하는 미세먼지예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충북보건연구원을 찾아 환경연구사들로부터 대기측정 방법과 주요 역할, 계획, 고충 등을 들어봤다.

◆산단·아파트단지 등 측정소 19곳

민필기 충북보건환경연구원장. / 김미정

충북도내 대기오염측정소는 총 19곳이다. 산업단지 주변, 아파트 밀집지역, 충북도청 옥상 등 시내 한복판 등 대기오염도가 높은 지역에 설치돼있어 5분 간격으로 대기오염 농도를 측정해 1시간 평균값을 추출한다. 청주시 복대동 공단오거리에는 도로변 대기측정망이 있다. 측정소는 청주시가 7곳으로 가장 많고, 충주 2곳, 나머지 시·군이 1곳씩있다. 올해에는 청주시 서원구, 충주 기업도시, 진천 혁신도시, 단양군 등 4곳이 추가된다.

측정항목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6개다.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도 함께 조사한다. 측정결과는 환경부 대기환경정보시스템에 전송되고 충북보건환경연구원 홈페이지와 도내 대기전광판 등에 1시간마다 업로드된다. 대기오염측정업무는 2001년 환경부에서 업무이관되면서 맡게 됐고 당시 도내 4곳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인구 10만 이상 도시지역에만 측정소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민필기 충북보건환경연구원장은 "미세먼지는 충북 자체 발생 오염원이 아니고 바람을 타고 외부에서 오다 보니 지역과 국경을 초월한 환경문제가 됐다"며 "대기오염측정소를 늘리고 측정자료를 도민들에게 신속·정확하게 제공해 도민건강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경보, 올 들어서만 50회

충북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들이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등의 측정값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김미정

미세먼지 경보 발령 횟수는 매년 늘어 2015년 36회, 2016년 29회, 2017년 21회, 2018년 44회, 올 들어서만 50회를 넘어섰다. 특히 겨울철에 집중됐다. 경보 발령시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오염 현황, 행동요령 등을 언론, 행정기관, 취약계층 등에 즉시 알리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는 PM-10(미세먼지) 시간당 평균농도가 150㎍/㎥ 이상, PM-2.5(초미세먼지) 시간당 평균농도가 75㎍/㎥ 이상 각 2시간 넘게 지속될 때 발령된다.

황재석 환경조사과장은 "올해에만 경보가 50회 발령됐는데 환경연구사 4명이서 돌아가면서 밤을 세웠다"며 "경보가 잘 발송됐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해서 애를 먹고 있다"며 인력충원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12년 경력의 임경미 환경연구사도 "충북지역이 유독 미세먼지가 심한 원인을 정확하게 조사해보고 싶은데 충북에는 '미세먼지성분분석시스템'이 없고 인력이 부족해 연구자로서 답답함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미세먼지성분분석시스템은 서울, 부산, 경기, 인천, 충남 등 5곳에서만 운영중이다.

◆폐질환자 등 8천여명에 문자메시지 발송
 

미세먼지 경보 발령 문자메시지. / 김미정

경보·주의보 발령시 오염상황과 행동요령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신청을 받아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와 관심이 커지면서 2016년 1천50명이었던 신청자는 8천185명으로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청주시가 3천503명(42.8%)으로 가장 많고 충주시 1천100명, 제천시 662명, 옥천군 517명, 단양군 459명 순이다. 이중 노약자, 폐질환자, 심혈관질환자 등 민간계층 1천4명이 포함돼있다.

26년 경력의 김영주 환경연구사는 "미세먼지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주의보·경보 발령시 수치만 문자로 보내줬으나 요즘은 1차적 방어 행동요령으로 외출 자제, 야외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등을 권고하고 있고, 차량 2부제, 공기청정기 가동, 미세먼지 배출업소·사업장 조업시간 단축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측정시스템으로 불안감 해소

대기오염 이동측정 차량. / 충북보건환경연구원 제공

대기오염측정소 미설치 지역과 소각장, 산단 같은 대기오염우려지역, 잦은 민원발생 지역에 대해서는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해 대기오염도를 조사하고 있다. 2억9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사각지대를 측정함으로써 주민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해 첫 도입해 청주 지역난방공사, 제천 왕암동 산업단지, 단양 시멘트공장 등에 대해 총 115일을 가동했다.

김만수 연구사는 "대기오염측정소가 없는 지역이라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실제 측정소와 동일하게 10개 항목을 측정해 자료를 확보한다"고 피력했다.

◆항의전화에 울고 인력 없어 울고

청주시 오송읍 호수공원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소에서 임경미 환경연구사가 초미세먼지 측정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김미정 <br>
청주시 오송읍 호수공원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소에서 임경미 환경연구사가 초미세먼지 측정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김미정

"충북이 왜 미세먼지가 높냐며 사무실로 항의전화를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미세먼지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정확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도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는데 이런 항의전화를 받을 때 기운이 빠집니다."(김영주 연구사)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문자메시지는 신청자에 한해 보내드리는데도 간혹 한밤중에 문자가 왔다고 짜증내는 분들이 있고, 반면, 미세먼지정보를 시간대별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민원이 하도 잦아서 작년부터는 밤 10시~오전 7시에는 문자발송을 안하고 있어요."(임경미 연구사)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가 커지면서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조사과의 업무도, 민원도 늘고 있다. 25년차 박덕규 연구사는 간이측정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박 연구사는 "지난해 후반부터 간이측정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습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신뢰성은 의문"이라며 "보건환경연구원의 공신력있는 측정자료를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김만수 연구사는 "대기상태에 대한 정확한 측정값을 알려주는 '저울'"이라고 표현했고, 임경미 연구사는 "바깥활동을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등' 같다"고 의미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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