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된 유해만이라도 유족에게 돌아가야
발굴된 유해만이라도 유족에게 돌아가야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9.03.19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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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청주시 분터골, 옥녀봉, 쌍수리 야산, 오창지서 앞 양곡창고, 강내면사무소 앞 야산, 문의면 덕유리, 낭성면 추정1리 고개, 가덕공원묘지, 낭성면 관정1리 먹고개, 단양 곡계굴, 보은 아곡리, 영동 부용리, 영동 설계리 석쟁이재, 음성 대소면 삼우리 조리방죽, 옥천 금구리 골짜기, 옥천 군서면 월전리 말무덤재, 옥천 군서면 월전리 용머리바위.

위에 나열한 지역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한국전쟁기 충북도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한 곳이다. 그러나 유해발굴이 진행된 곳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행한 청주의 분터골과 지경골, 최근 충북도의 지원으로 발굴을 마친 보은 아곡리가 전부다.

지난 8일 개토제를 시작으로 17일까지 진행한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원에서는 총 40여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사건 증언자들이 트럭 2대가 왔었다고 했었는데 40여구가 발견된 것을 보면 트럭 1대 정도의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 유해를 발굴한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나머지 1대에 타고 온 사람들의 유해가 그 주변에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보지만 발굴을 해 볼 수 없으니 추정만 해야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보은에서 발견된 유해는 20대에서 40대의 젊은 남자로 벨트도 10여개, 구두 칼도 3개 정도가 발굴돼 시골서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특히 신원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도장)이 나와 현재 DNA 검사 중이며 그 도장 이름을 가진 이의 유족이 살아있어 검사 후 일치하면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유해 중 처음으로 가족을 찾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유해가 많이 훼손되고 혹시 유전자 감식 결과가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유해 발굴은 했지만 예산이 없어 유해의 유전자 감식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전 후 많은 민간인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채 지하 광산이나 이름 모를 산야에 버려져 2005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설립된 후 비로소 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에 대한 유해발굴이 시작됐다. 이 위원회는 전국 168개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한 뒤 그 중 30개의 집단희생지를 선별한 후 우선적으로 10개 지역, 13개 지점에 대한 발굴조사를 3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2010년 12월 이 위원회가 활동을 종료 후 국가 차원의 유해발굴조사는 멈춰져 있는 상태다. 이후 민간 차원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발족하고 지난해 아산시가 적극 나서 지방보조금 1억1천400만원을 편성,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보은 아곡리 발굴도 충북도에서 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유해를 수습한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굴된 유해의 신분을 알 수가 없어 유족들은 답답하고 속상하기만하다.

내 할아버지, 내 가족이 겪었을 수도 있는 억울한 희생이 이렇게 많았지만, 정작 이 문제를 수습해야 할 이들이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해 발굴을 넘어 이제는 유전자 감식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을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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