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흡연구역·환풍기 틈바구니 인접… 이 지사 "즉각 대책 마련" 지시

충북도청 동관 옥상에 설치된 청주시 문화동 대기측정소 주변에 에어컨 실외기와 공조기, 흡연구역 등이 다닥다닥 붙어서 위치해있다. / 김용수
충북도청 동관 옥상에 설치된 청주시 문화동 대기측정소(사진 오른쪽) 주변에 에어컨 실외기와 공조기, 흡연구역 등이 다닥다닥 붙어서 위치해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도청 옥상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소가 주변에 에어컨 실외기, 공조기, 흡연구역 등이 인접해있어 미세먼지농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시종 지사는 최근 충북도청 동관 5층 옥상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소를 확인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도청 대기측정소 양옆으로 에어컨 실외기 10여대와 공조기 여러대 등이 설치돼있고 흡연구역이 바로 옆에 위치해있으며 해당 건물 지하 구내식당에서 음식조리 냄새와 미세먼지가 환풍기를 타고 올라오면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도청 측정소의 미세먼지농도가 높은 이유가 에어컨 실외기, 공조기, 흡연실 때문 아니냐"며 "즉각 치우고 대책을 세우라"고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정확한 측정값을 얻기 위해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이동측정시스템을 활용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6개 항목을 측정하고 있다.

실제로, 도내 대기측정소 19곳 중에서 충북도청 측정소(청주시 문화동)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8㎍/㎥로 전국평균 25㎍/㎥, 충북평균 27㎍/㎥보다도 높았다. 전국에서 초미세먼지가 최악인 충북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쁜 지역인 청주산단과 오창산단, 사천동이 30㎍/㎥인 점과 비교하면 낮지 않은 수치다.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의 대기오염 이동측정시스템 차량이 충북도청 본관 앞 주차장에서 미세먼지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 김용수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의 대기오염 이동측정시스템 차량이 충북도청 본관 앞 주차장에서 미세먼지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 김용수

충북도청 옥상 측정소는 설치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자동측정소 설치기준을 보면 지상 1.5m 이상~10m 이하로 하되 도시대기측정소는 최대 20m를 초과해서는 안되고, 외부조건에 최대한 영향이 적은 곳을 택해야 한다. 도청 측정소의 높이는 20.2m로 측정됐다.

대기측정소 위치 선정은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충북도 대기오염측정평가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하고 있다.

[표] 충북지역 대기오염측정소 초미세먼지농도 현황(단위 ㎍/㎥)
2017년 연평균 농도
청주시 송정동(청주산단) 30
청주시 사천동 30
청주시 문화동(충북도청) 28
청주시 용암동 24
청주시 오창읍(오창산단) 30
충주시 호암동 25
충주시 칠금동 30
제천시 장락동 28
단양군 매포읍 23
진천군 진천읍 27
옥천군 옥천읍 21

이런 가운데 충북도 기후대기과 관계자는 지난 15일 환경부를 방문해 대기측정소 주변 여건 변화에 따른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 개정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2년 10월 설치된 충북도청 측정소는 최근 인근에 630세대의 아파트가 입주했고 신호등이 새로 설치돼 정체차량이 늘면서 대기오염물질이 늘었다는 것이 충북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측정소 이전은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환경부는 향후 국립환경과학원과 전문가를 동반해 충북도청 측정소에 대한 현장실사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측정소 주변여건이 달라진만큼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최소 일주일 정도 이동측정차량 측정을 병행해 측정값을 비교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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