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얼마 전까지 이태원 경리단길부터, 망원동 망리단길, 송리단길, 객리단길 등은 IT강국 답게 막강한 SNS 공유력과 트랜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핫플레이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음식점, 카페, 의류매장, 각종 커피숍 등 다양하고 개성있는 상점들과 예쁘고 독특한 인테리어와 상품을 무기로 삼아 고객들을 유혹하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이면뒤에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라는 상가임차인들의 눈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현상의 유래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1960년대 영국의 사회학자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고 알려지며,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로 사전적인 의미로는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상기 핫플레이스처럼 상권이 발달되면서 원래 거주하며 생계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쫓겨나듯 퇴출되는 현상을 두고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얼마전 한 리서치 회사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이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은 '발전과정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의견이 46.8%로 가장 많았으며, 낙후지역의 상권을 활성화 시킨다는 긍정적인 견해(8.7%)보다는 기존 거주자 및 상인이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라는 주장이 34.6%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눈여겨 볼점은 자영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40대에서 이 현상을 꼭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일 것이다.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해결책은?

최근 정부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란 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 등의 현행 도시정비 사업과는 달리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로 및 주택을 재정비하거나 문화서비스 공간 및 편의시설의 재탄생 시키는 등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즉 기존의 원주민들을 이주시키지 않고 동네의 원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재개발이 아닌 리모델링과 정비를 통해 지역발전을 추구하는 목적의 사업으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평생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그 선례로 경남 창원의 '걷고 싶은 골목길'과 대구 '김광석 거리'를 들수 있다. 특색없이 일률단편적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개성을 알리는 기념품숍, 향토음식을 파는 음식점 등 다른 관광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한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는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서로 윈-윈(Win-Win)하는 상생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리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은 어느 곳에서 나타날지를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후처방이 불가피한 사회현상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건물을 소유한 사람과 지역주민간의 괴리감이 클수록 공동체의식은 약화되고, 결국 그 지역은 활기를 잃고 다시 쇠락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삼청동 건물 임대료 후폭풍 사태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그 해법을 알고 있다. "가장 좋은 건 함께 하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다시금 말하고 싶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함께를 강조했던 민족이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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