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하노이 북미회담 노딜의 결과로 북한은 대화중단을 말하고, 미국은 압박과 함께 대화 계속을 말한다. 북미회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상 중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화씨벽과 진(秦)의 15개 성의 교환 협상과 닮은 점이 있다. 진이 화씨벽을 원한 이유는 주변국에 힘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화씨벽으로 만든 도장은 천자의 나라를 상징했다. 오늘날 북한의 핵포기는 미국이 세계에 위대한 힘을 가진 나라임을 보여 줄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 노딜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이어질 것이라는 보는 이유이다.노딜을 피할 것이라는 김정은과 문재인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벼랑 끝 협상을 하던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는 벼랑 끝에서 허공을 향해 한발 나갔다. 북한은 당황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난처한 입장이다. 트럼프의 책 '협상의 기술'의 중 '되받아 치라'는 글이 있다. 트럼프는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노딜로 김정일에게 되받아 쳤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듯 판을 흔드는 협상가의 모습은 오바마의 미국에게는 없었어도 트럼프의 미국에게는 예상했어야 한다. 정확히는 트럼프의 성향을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노딜의 결과 누가 가장 이익을 볼 것인가. 진나라와 조나라 간 화씨벽과 15개 성 교환 회담이 결렬되었을 때 주변국이 잠재적 이익을 취했다. 역시 한반도의 긴장을 이용해야 할 주변국들이 이익을 볼 것이다. 당사자이면서 회담의 주변국 처지인 문재인 정부는 이익은 없으나 손해는 있다. 그런데 지금도 트럼프가 북미대화를 포기할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하여 문재인 정부는 현재 단계적 비핵화를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비핵화인가. 정확한 판단을 한 것인가 의문이다.

미국은 노딜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영변 플러스알파를 요구하고, 대화 계속과 함께 자신들의 말을 들으라고 압박을 한다. 화씨벽을 요구한 진(秦)은 화씨벽이 목표가 아닌 천자의 나라임을 보여주고자 함이 목표였다. 역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최종 목표가 아닌 강력한 국가임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그 점을 문재인 정부는 놓치고 있다.

다른 나라를 상대로 강한 나라를 보여주고 싶은 미국과 되받아 치는 협상능력을 자랑하는 트럼프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현재 북한과 미국 누구에게 저울의 추를 움직이며 평화의 협상을 끌고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판단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정세에 대한 냉정한 판단 없이 평화라는 나팔소리만으로 사람들의 기대와 호응만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는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가사이다. 그러나 밥 딜런이라면 몰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평화의 전략을 바람에게 물어볼 수 없다. 화씨벽 협상을 잘 마무리한 조나라의 재상 인상여와 같이 먼저 정확한 정보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북미의 속내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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