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

겨울이 오는 소리는 코끼리가 추위의 짐을 실고 오느라 쿵쿵거린다면 봄이 오는 소리는 백조처럼 사뿐사뿐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마치 클라리넷 선율처럼 가볍고 맑다. 계절이 등장할 때마다 느껴지는 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선명하게 들려온다. 연일 미세먼지로 비상이 걸리고 있지만 봄은 오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삶의 봄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지금,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은빛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사랑의 찬가'가 봄 향기를 타고 흐른다.

세계 3대 성악가를 들라면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리고 호세 카레라스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의 도밍고와 바로셀로나 출신 호세 카레라스는 스페인의 정치적 상황으로 서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감정이 그들을 라이벌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호세 카레라스는 가장 전성기인 그의 나이 41세 때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고가의 치료비로 전 재산을 다써버려도 호전되지 않고 죽을 운명에 처한다. 그는 절망 속에서 기도했다. "만약, 다시 노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저를 위해 노래하지 않고 주님을 위해 노래 하겠습니다" 절실한 기도로 그는 백기 선언을 했다.

그 무렵,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드모샤에서 무료로 백혈병을 치료 해 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카레라스는 그곳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고 차츰 건강이 회복되어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수입이 생기자 에드모샤 재단을 찾아가 후원을 약속하고 설립자를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설립자는 플라시도 도밍고였다. 재단의 설립시기를 보니 자신이 모든 것을 잃고 절망의 늪에 빠진 시기와 일치했다, 사실 둘은 라이벌이었지만 도밍고는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컸다. 카레라스의 자존심이 거절할 것을 알고 익명으로 백혈병 재단을 설립했던 것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은 뜨거운 눈물로 용서와 우정을 나누었고 쓰리 테너를 결성하여 월드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백혈병과 싸움을 통하여 나보다 남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단순히 노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는 인생을 살기를 원합니다" 카레라스의 고백이다.

자신과의 약속으로 호세 카레라스는 바로셀로나에 국제 백혈병 재단을 설립하여 후원을 하고 있다. 그의 따뜻한 인간애는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선정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재단에서는 2017년 5개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리더십을 제시하고 실천한 사람들을 찾아 수상했다. 그 중 전국 권역외상센터 설립에 기여하고 중증 외상치료의 중요성을 실천한 이국종 센터장, '칸' 국제광고제에 초청받아 영향력을 발휘한 나영석 PD, 다양한 집필과 방송을 통해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전달한 유시민 작가, 설민석 강사, 가수 이효리 등 지난해까지 저명인사부터 일반시민과 사물 등 500여건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들이야말로 꽁꽁 얼어있는 사회에 훈풍을 불어 넣어 따뜻한 봄 향기를 나게 해 주눈 사람들이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삶속에 향기를 날리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타고 나는 것은 아니다. 소박하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나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봄 향기를 지녔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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