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제30회 충북도지사기차지 시·군대항 역전마라톤대회가 3일간을 대장정을 마쳤다. 충북 육상선수 육성 산실로 자리매김 한 이 대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능 있는 육상꿈나무를 발굴해냈고 시·군 선수들은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육상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이어진 학생부 선수구성 문제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충북육상의 위기가 목전에 다가옴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대회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음성군 신정민과 영동군 박다혜·김태훈이 데일리신인상을 가져가며 육상 신예로 떠올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도자들의 열정으로 육성돼 온 이들의 기량은 시 단위 대표로 출전한 학생들을 압도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음성군과 영동군은 학생부 소구간 경기에서 청주시와 제천시, 충주시 등을 앞서는 등 학생부 저력을 뽐냈다.

학생부 선수들이 성장해 충북을 넘어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전한 사례를 비추어 보면 올해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청주시나 제천시가 신나게 승전보를 울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껏 충북 육상을 이끌어온 두 지자체지만 학생선수를 육성하지 못하면 향후 몇 년 안에 충북역전마라톤은 물론 전국단위 육상대회에서도 최강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엄광열 충북육상연맹 전무이사는 "학생부 선수 육성은 교육계 관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충북은 김병우 교육감이 열의를 가지고 있어야 그것이 각 학교 교장, 지도자들에게 전달되면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은 '무관심' 상태라는 것이 육상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충북역전마라톤대회를 통해 아무리 선수를 찾아내어도 학교에서 지원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고 아쉬워했다. 이어서 그는 "음성군과 영동군이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이 생활체육 중심의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10년 후를 내다보고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급진적인 엘리트체육 해체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충북은 중부매일과 육상연맹이 30년 동안 이끌어온 역전마라톤대회를 통해 전국단위 육상 중·장거리 대회를 싹쓸이했다. 또, 경부역전마라톤 10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나 자치단체는 선수·지도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이어진다면 충북육상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퇴보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선수명맥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교육당국을 비롯한 각 지자체는 30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기 전에 진심어린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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