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 10곳중 4곳은 민선 7기 지자체 중소기업정책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클립아트코리아

논의만 무성했던 '선거제 개편'이 여야 4당 합의안 마련으로 진전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마저도 잡음이 뒤를 이으면서 시원치않은 모양새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제 정당들이 수개월이 넘도록 장외에서 판을 벌인 끝에 속도를 내게 된 선거제 개편은 이미 알려진대로 비례대표를 연동형으로 뽑자는 게 골자다. 이같은 선거제 개편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편안 마련에 참여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정당별 득실 논란과 함께 선거구를 줄여야 하는 문제 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합의안은 개편 논의에서 빠졌던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지금까지의 논의와 전혀 상반된 주장을 내놓는 등 정치권과 국회내 입장차가 너무 크다. 선거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당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정당별로, 또는 정파별로 반응이 제각각인 것은 이런 까닭일 것이다. 그런 만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 만들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그런 선거제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보면 '산식(算式, 계산법)'이란 생소한 단어가 나오고, 셈법을 이해하는 데 수학능력을 동원해야 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다. 선거제가 꼭 일반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국회의원들도 고개를 젓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누굴 위한 개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현행 지역구 28석을 줄이는 문제는 지역 정치권의 사활이 걸려있는 일이다. 이를 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때마다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리면 그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선거구 조정 못지않게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 비율 역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인구수에만 맞추다 보면 그렇지않아도 소외되고 있는 농어촌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 숫자와 함께 비례대표 분배 전망도 어둡다. 이런 것들이 겹치다 보면 과연 비례대표가 정당 득표율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제도의 개편이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첫 단추를 꿰기전에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구 개편이 이같은 논란거리를 뛰어넘는다 하더라도 정치권의 돌이킬 수 없는 패착(敗着)은 이미 두어졌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며 벌인 이번 일이 결국 당리당략(黨利黨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4당 합의안이 통과돼 지역구 28곳을 조정하려면 적어도 90곳 이상의 지역구에 손을 대야 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선거구 획정은 또 누구의 입맛대로 진행될 것인가, 국민의 뜻이라는 게 국회에 있기는 한 것인가. 불신의 싹은 한번 피어나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정치권이 자초(自招)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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