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4살 된 작은 아이가 제 오빠와 장난하다 팔을 접질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아프다고 울고불고 하는 녀석을 장난감 사준다고 달래 치료를 하곤 약속대로 장난감을 안겨주었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제 오빠와 다시 놀기 시작한다. 참 어이없기도 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유치원 다니는 큰놈과 작은 애를 바라보면 가끔 얘네들과 오래 오래 같이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그려본다. 부모의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멀리 타지에 내보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등지는 주된 이유가 다닐만한 직장이 마땅치 않아서 또는 좀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라면 고향을 등지지 않아도 될 정도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놓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참여정부 들어서 지방화, 균형발전, 지역혁신체계 구축 등 많은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어들은 많지만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어디에 살든지 다 같이 잘 살자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요소투입형 경제정책으로 인해 서울을 중시하는 서울중심의 시대를 살아왔다. 서울에서 지방에 갈 일이 있으면 다들 내려간다고 하고, 지방에서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올라간다는 표현을 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서울중심의 경제구조는 국가경쟁력을 저해하고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달성이라는 원대한 목표의 발목을 잡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없어진 지금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의 총합으로서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산ㆍ학ㆍ연ㆍ관의 혁신 역량을 결집시켜 지역혁신체계 즉 RIS(Reg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곽된 것이다. 결국 지역혁신체계 구축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발휘케함으로써 지방의 자립적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4일 충주를 필두로 충북테크노파크 충주지원센터, 단양지원센터, 청주지원센터, 영동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있다. 지역발전의 문제점이 지역에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해법도 역시 지역에 있다는 논리가 충북테크노파크 개원 6개월 만에 4개 지역의 지원센터를 설치하게 된 이유이다. 어느 한 지역이 발전하기보다는 충청북도 전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충북테크노파크의 목표이자 과제이다. 물론 충북테크노파크가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어서 한번 두드릴 때마다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엄청난 예산을 가지고 막대한 지원을 해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충북테크노파크에 커다란 기대를 갖는 것은 지역혁신체계 구축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도 그러한 의지를 확실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충북테크노파크만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산업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닐 것이다. 충북의 산업발전과 균형발전은 충청북도를 비롯해서 각 자치단체, 대학, 기업 등 모든 지역의 힘이 한곳으로 결집되어 시너지를 발휘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위한 모든 지역의 대전제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지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것만큼 지역발전에 대해서도 애정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기업환경을 모르면서 기업지원을 운운하고, 지역의 인프라도 모르면서 지역 경제정책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충북테크노파크로 직장을 옮기면서 갖게 된 목표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직장을 찾아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될 만한 건실한 기업들을 충북에서 키워내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또 이런 마음을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나누어 갖는다면 충북에서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클러스터의 등장을 지켜보는 날은 정녕 멀지 않을 것이다./충북테크노파크 사업단 과장 박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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