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이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도 바다를 타서 마신다/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

제주도를 여행하며 성산포에 갔더니 이생진 시인의 시비(詩碑)를 만났다. 그리고 가끔씩 문학회에 가면 원로 시인 이생진 작가의'그리운 바다 성산포'시를 낭송하는 것을 들었든 적이 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를 생각하며 일출랜드를 갔다. 그동안 한림원은 여러 번 다녀왔는데, 17년 전 개관한 이곳은 처음방문으로 이곳은 일천 가지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도록 꾸민 미천굴을 중심으로 조성을 했다. 이 동굴은 지하의 신비를 간직한 학술적, 관광적, 문화적 가치를 중요한 자원으로 제주도 동부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식물원이다.

일출랜드 대표는 50여 년 전 아버지로부터 물러 받은 땅을 팔지 않고, 성산읍 삼달리 마을 뒤 농사도 안 되는 땅에 30여 년 간 다듬고 노력하여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아버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왕(와서), 봥(보고), 강(가서) 또시 오고푼 (다시 오고 싶은) 아름다운 수목원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며 준비했다고 한다.

이어 '빛의 벙커 클림트'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갔다. 이 전시장은 서귀포시 성산에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로 오랜 기간 통신망을 운영하던 곳이다. 작년에 개관해서 오스트리아 출신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750여 점을 포함해 비엔나를 대표하는 에곤 쉴레와 훈데르트바서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프랑스 컬처스페이스가 개발한 미디어아트 기술에 그림과 음악을 함께 영상화하여 전시장 삼면(三面)에 투사하는 입체 전시다. 100여 대의 프로젝터가 쏜 빛이 높이 6미터의 900평 동굴공간을 아름답고 음악이 흐르는 아트 미디어 빛으로 바꿔놓았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교과서에서 보던 명화를 벽과 바닥에 이미지로 구현하고 흐르는 음악과 함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클림트는 아르누보 계열의 장식적인 양식을 선호하며, 전통적인 미술에 대항하는 빈 분리파를 결성했다.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찬란한 황금빛,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고, 성(性)과 사랑,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에로티시즘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일출 랜드와 클림트 미술전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인생을 멋지게 사는 방법으로 노래를 부를 수도, 악기를 연주할 수도, 그림을 그리고 멋진 묘기를 보여줄 수도 있다. 우리 모두 평생학습관이나 주민센터, 복지관에서 자신의 취미에 맞는 것을 배우고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취미를 이어가려면 스스로 먼저 감동해야 한다. 감동이 깊으면 흥이 나고,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음의 준비를 해보자. 그리고 힘씀이 오래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용력지구(用力之久)의 의미를 생각하며, 자신의 취미를 살려서 즐겁게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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