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색빛 건축물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도시민들에게 최소한의 푸른 쉼터와 맑은 생활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장기미집행 '청주시 도시공원' 개발사업이 추진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얼마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민·관 거버넌스가 개발방식의 기본 합의안을 마련해 추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실행방안을 놓고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개발방식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자칫 잘못된 처리로 모처럼 진행되는 의미있는 사업이 빛을 발하지도 못하고 논란속에 애물단지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알려진대로 민·관 거버넌스(협의체)는 내년 7월부터 도시공원구역에서 해제되는 청주시 장기미집행 공원 가운데 6곳은 일부 보존 등 민간개발로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사유지 비중이 너무 크거나 훼손이 많은 구룡공원과 매봉공원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키로 했다. 필요성은 차고 넘치지만 유지·보존에 어려움이 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들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만 한 일이었다. 문제는 결정을 미룬 2곳의 경우 다른 곳과 달리 보존에 더 힘이 실린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더구나 이같은 방안이 나오기가 무섭게 한범덕 시장이 "(2곳은) 가능한 예산을 투입해 매입하는 것이 좋겠고, 특히 구룡공원은 예산 사정이 허락하는 한 시가 최대한 매입해 우선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밝히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즉, 거버넌스에 참여한 환경단체 등과 청주시가 이미 짬짜미로 입을 맞춰 이들 도시공원의 처리방향을 정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룡공원의 경우 수년전 환경단체에서 생태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다가 무산돼 청주시가 전면에 나서 이를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경적으로 반드시 보전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면 생태공원이든, 무엇이든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대상이 미리 정해졌다면, 그것도 일부의 의견만으로 진행됐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다른 공원과 출발점이 다르다면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이들 2곳의 도시공원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면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거쳐 진행하면 된다. 1년여 조금 넘는 시간안에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처리를 결정지어야 할 다급한 상황이라면 먼저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개별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그 다음 단계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다.

이러한 청주시 도시공원 처리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실효성이다. 구룡공원만 따져도 전체 면적의 80%이상이 사유지다. 이 가운데 20%만 매입해도 4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청주시가 이 예산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은 하나마나다. 전체 도시공원 사업비도 아닌 공원 1곳의 부지매입 비용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의지와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실행과 가능성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 청정(淸淨) 청주시로 가는 길이 그 목표처럼 밝고 투명하지 않다면 결과와 관계없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기에 다시 한번 둘러보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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