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골의 이상한 미술관
이정골의 이상한 미술관
  • 중부매일
  • 승인 2019.03.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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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변광섭 컬처디자이너

관습적인 사고는 한 개의 정답을 강요하지만 예술적인 사고는 수많은 정답과 의문을 제기한다. 예술이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게 한다. 상처 깃든 풍경이 아름답듯이 예술적 사고와 창의적인 행동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오직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희망얼굴 희망학교의 주인공 김선미 라폼므현대미술관 관장의 특강은 이렇게 시작했다.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이정골에 위치한 라폼므현대미술관은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라폼므는 불어로 사과를 뜻한다. 일상 속의 사과는 과일이지만 창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혁신(INNOVATION)을 뜻한다.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가 그렇다. 미술관도 혁신의 아이콘이다.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새로운 사고와 창의적인 활동을 주도한다.

김 관장은 20여 년간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통해 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창의인재 양성의 가치를 웅변하고 있다. 미술, 춤, 노래, 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만나고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문화가치를 만들고자 힘써왔다. 제도권 교육의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은 체험과 참여형 통합예술교육에 있다는 것이 소신이다. 독일은 1천300개의 자연학교가 있다. 창의적인 통합교육을 통해 세계적인 철학자, 과학자, 음악인 등을 배출하고 있다. 바우하우스는 예술의 창조성을 산업사회와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한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공포와 위기감, 희극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작품을 그려온 르네 마그리트. 그는 1927년에 첫 개인전을 가졌으나 냉랭한 반응에 실망한 후 파리 근교로 이사해 창작에만 몰입했다. 상식을 파괴하는 연출과 기법, 환상적인 화풍에 세상이 주목했다. '거짓 거울', '겨울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등은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작품마다 보는 이들이 영감을 얻으며 영화나 음악의 배경이 되고, 런던올림픽의 공연 콘텐츠가 되기도 했다.

김 관장은 입는 것을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누듯이 생각도 나누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문화적인 사고와 예술적인 활동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희망을 변주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3초의 관심'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관심기부 릴레이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인사 33명을 선정, 무료로 예술작품을 준 뒤 하루 3초씩 의무적으로 감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면 지인을 추천해 작품을 건네고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것이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사람은 구입할 수 있는데,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소외계층을 위해 지원하도록 했다.

이처럼 라폼므현대미술관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교육사업과 재능기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밖청소년이나 소외계층의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빵만이 아니다. 생각의 유연성이고 창의적인 환경이며 마음껏 꿈을 꾸고 노래하는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광섭 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

우리 지역에 박물관 미술관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정작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극소수다. 사립의 경우는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개점휴업 하거나 폐업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칠 때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일 못지않게 놀이도 중요하다. 박물관 미술관은 삶의 여백이고 놀이터다.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자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될 것이며, 어디로 가야할지 머뭇거리는 자에게는 새로운 길을 안내할 것이다.

김 관장의 열정과 그의 남편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티안 작가의 예술융합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예술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도전과 결의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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