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호홉·밀착 스킨십… 공익구단 가치 재창조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 수십억 예산만 소진하는 가치 없는 구단으로 평가받던 천안시청 축구단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일정을 알리는 거리 현수막 하나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던 천안시청 축구단이 시민들에게 홈경기 소식을 알리고,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구단 상품인 머플러와 키링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은 그동안 퇴직 공무원의 전유물이라는 비난을 샀던 구단 사무국장직에 창단 후 최초로 전문 축구인이 등장하고 부터다.

3월초부터 근무를 시작한 유영근(44) 사무국장은 2005년 FC안양에서 미디어 홍보, 홈경기 운영 등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2012년부터 FC안양에서 홍보마케팀장과 경기운영팀장, 사무국장을 겸직하는 등 경력을 두루 갖춘 베테랑이다. 그를 두고 지역에서는 '프로구단 마케팅 전문가가 내셔널리그에 왜 왔지'하는 의아함 속에 '이제 좀 달라지겠구나'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25일 천안시청 축구단 사무국에서 유 국장을 찾아 천안시청 축구단을 선택한 이유와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선택의 계기를 미래 가치라고 설명했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익구단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에서 내셔널리그로 온다는 것 자체로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구단의 규모보다는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천안은 축구환경적인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천안시청구단 역시 미래가 밝다. 그동안 천안시청구단이 마케팅에서 뒤처진 건 내셔널리그 전반적의 문제였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익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유 국장이 말하는 공익구단은 시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구단을 의미한다.

시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 일부 선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구단이 돼서는 안 되고 혜택을 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구단은 선수가 시민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유 국장의 생각이다.

"공익적인 활동으로 선수들이 월 2~3회는 시민과 만남의 시간을 갖게 할 계획이다. 봉사활동, 축구선수들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검토 중이며 시민들과의 스킨십으로 결국 시민들이 키우는 구단을 만들어야 한다."

축구단의 또 다른 중심축 서포터즈와의 관계성도 유 국장은 빼놓지 않았다.

"사무국장으로 오고 나서 가장 먼저 서포터즈를 찾았다. 그들은 오랜 기간 축구단의 좋은점 나쁜점을 직접 겪은 분들이다. 항상 자문을 구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함께 운영한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유 국장은 결국 천안시청 축구단은 프로화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시기가 오기 전 천안시청 축구단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저항 없이 순조롭게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창단 11년 만에 천안시청 축구단 사무국이 스포츠구단 다운 프런트를 갖췄다. 천안시청 축구단에 불고 있는 새바람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나비효과로 이어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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