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우려 시설 건축 사전에 알려 주민갈등·손실예방

지난 2월 청주시 청원구는 지역 주민 알권리 및 환경권 보장 등을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내 신축공사현장 모습. /신동빈
지난 2월 청주시 청원구는 지역 주민 알권리 및 환경권 보장 등을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내 신축공사현장 모습. /신동빈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지난 2월 도입 시행되고 있는 청주시 청원구의 '건축허가 사전예고제'에 대해 지역 건축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청원구는 지난달 12일부터 ▶지역 주민의 알권리와 인근 주민의 환경권·생활권·건강권·학습권 보장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인한 사업주의 시간적·경제적 손실 예방 등을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논란이되고 있는 '건축허가 사전예고제'에 대해 살펴봤다. / 편집자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란 주민생활환경 피해우려시설(전체 연면적 합계 500㎡ 이상)의 건축허가·용도변경·사전심사청구 시 해당 내용을 사전에 인근 주민들에게 알리는 제도다.

예를 들어 건축주가 구에 피해우려시설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구는 관할지역 읍·면·동 홈페이지에 7일간 관련 내용을 게시한다. 이후 구는 주민의견 결과를 3일 내에 건축주에게 통보하고, 건축주는 주민의견에 대한 수용여부 의견서를 3일 내에 구에 제출해야 한다.

건축주가 주민의견 수용 시 주민의견을 반영한 건축허가가 이뤄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민원조정위원회에 상정 후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건축허가 사전허가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

이에 대해 지역건축업계는 "건축허가 사전허가제도 전반에 걸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사업계는 사전예고제 도입 자체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사전예고제 대상에 포함된 시설물의 경우 이미 건축허가 관련 관계법령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사전예고제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원구는 현재 사전예고제 대상용도로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의료시설 ▶노유자시설 ▶숙박시설 ▶위락시설 ▶공장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 ▶자동차 관련 시설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 ▶자원순환 관련 시설 ▶발전시설 ▶묘지 관련 시설 ▶장례시설 ▶기타시설(주민피해 우려시설) 등 15개를 지정했다.

대상용도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관련 시설 수만 수 십여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업부지 인근 10가구 이상일 경우 주민 의견을 검토한다'고 명시해 주민의견 검토범위의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더욱 초래할 뿐 아니라 민원처리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워지며, 행정기관의 권한만 강화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상 지역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녹지) 및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는 게 건축사들의 말이다.

또한 건축사들은 "지구단위계획에서 허용되는 건축물도 제한 대상이 돼 지구단위계획 무력화로 이어진다"며 "이 제도가 정착되면 동남지구, 테크노폴리스 상업지역내에도 위락, 숙박시설 제한된다. 현재 위락, 숙박시설은 시 조례에 의해 주거지역에서 50m이내에는 허가가 불가하다. 산업단지내 공장용지도 해당돼 기업유치에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축사도 대부분지역이 가축사육제한 구역이며 제한구역 밖이라도 주거시설에서 500m이내에는 불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용도의 경우 건축법상 29개 용도 군(群) 중 14개 용도 군(群) 약 100개에 가까운 세부용도가 대상이며 총 29개 건축물 용도 군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정운기 청주시건축사협회장은 "근린생활시설, 문화시설, 의료시설, 노유자시설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이 포함돼 시민의 체감 규제 정도가 매우 크다"며 "수리점, 예식장, 체육관, 운동장, 노인요양시설, 양로시설,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재가노인복지시설, 노인일자리시설, 노인,아동장애인, 저소득, 여성, 다문화, 청소년관련시설, 공장, 위험물처리시설, 자동차관련시설, 축사 등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회장은 "대부분의 다수 민원은 현재에도 용도별로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법의 기준에 적합해야 허가되고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공장, 주유소, 충전소, 주차장, 세차장, 검사장, 정비공장, 운전학원, 하수처리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발전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의 조성이 매우 어려워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할 것"이라며 "농촌마을에 설치하는 하수처리시설,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사업장의 발전소도 이 제도의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축업계 관계자는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임의규제'"라며 "사전예고제 시행에 따른 지나친 규제로 각종 사업의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내제된 사전예고제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건축허가 단계에서 찾지말고 관련 법률이나 조례의 개정을 통해 적법하게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청원구는 민원의 처리에 급급하지 말고 청주시 전체의 발전과 미래를 고려해 도입,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청주시 청원구는 지역 주민 알권리 및 환경권 보장 등을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내 신축공사현장 모습. /신동빈
지난 2월 청주시 청원구는 지역 주민 알권리 및 환경권 보장 등을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내 신축공사현장 모습. /신동빈

◆청원구, 제도 시행...'민원 사전예방·주민갈등 해소' 기대

이 같은 반발에도 청주시 청원구는 주민갈등 해소를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한다고 지난 달 13일 밝혔다.

청원구는 주민생활환경 피해 우려 시설의 건축허가로 다수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건축허가 전 지역주민의 알권리와 사업주의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예방하기 이 제도를 시행한다.

사전예고제 대상은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동·식물관련시설(축사) 및 공장, 자원순환관련시설(폐기물 시설), 숙박시설, 위락시설 등 연면적 500㎡이상 건축물이다.

건축허가 신청현황을 읍·면·동 홈페이지에 7일간 사전예고한 후 민원해결 방안을 도출시켜 중재에 나선다.

청원구 관계자는 "상위법과 상위기관에 의해 건축허가가 이뤄지고 있어 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로 인해 건축허가가 이뤄진 후 다수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건축허가에 앞서 주민피해를 막고, 민원에 따른 사업주의 손실을 예방과 주민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업계의 반발은 어느정도 이해는 되지만 주민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번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병전 청원구 건축과장은 "건축허가 사전예고제의 진행절차는 건축허가 신청 시 예고문을 건축예정지 인근 장소 및 동 주민센터 게시판에 설치해 7일 동안 사전예고 및 의견 청취기간을 갖는다"며 "그 결과를 건축 관계자에게 통보해 건축허가 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의견을 미수용하거나 일부만 수용하는 경우에는 이해 당사자 간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조정이 불가한 경우 건축위원회 자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건축허가 사전예고제 시행으로 지역 환경에 적합한 건축물을 유도할 수 있어 이웃 주민간 갈등이 최소화되고, 민원 발생시 공사지연등으로 인한 건축주 재산상 피해도 줄게 돼 좋은 건축문화가 자리 잡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제도는 서울 금천구를 비롯해 인천 남구, 전남 장성·나주, 경남 함안, 충남 부여, 경기 용인·평택, 경북 김천, 제주 서귀포 등의 일선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돼 정착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