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포럼 자치·분권·균형발전, 지방 4대 협의체, (사)한국지방자치학회 주최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건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 충북도 제공
국회포럼 자치·분권·균형발전, 지방 4대 협의체, (사)한국지방자치학회 주최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건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 충북도 제공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겁게 추진됐던 '지방분권 개헌'이 물건너간 이후 문재인 정부의 근간중 하나인 지방자치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정부차원에서 지방자치에 힘을 실어줄 만한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되레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대규모 반도체클러스터 수도권 입지가 확정되는 등 개별사안으로는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분권 개헌에는 못미치지만 지역의 자치권과 관련된 지방자치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보다 나아진 자치를 향한 지역의 기대가 높다.

이같은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앞두고 정치권과 지역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특례시(市)', '특례군(郡)' 등인데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초자치단체에 기구·정원에 대한 자율권 등을 부여하고, 교부세 등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기존 인구 100만명 이상인 특례시 범위를 확대해 지역의 거점도시(특례시)를 키우거나,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에 특례를 줘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준비중인 개정안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은 위법·부당 명령·처분의 시정명령, 지방정부 장의 직무이행 명령, 지방의회 의결의 재의와 재소 등을 중앙정부에서 시·군·구에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것이며, 행정기구 설치은 일정기준 이상의 지자체에서 정할 수 있어야 자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5일 국회토론회에서 제기됐던 부단체장 정수 등의 문제는 그 자체보다도 인구수에 의한 일률적 기준으로 지자체들을 다뤄서는 안된다는 주문이다.

지역의 일은 지역 스스로 결정하는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개헌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미 현 정부내에서는 추진기회도, 동력도 놓친 셈이다. 야당의 반대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정부에서도 이를 밀어붙일만한 의지를 보여줬는지, 활동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모두의 대선 공약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칼자루를 쥔 쪽이 제 역할을 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을 앞두고도 현 정부 일각에서는 자치입법권 등과 관련해 헌법에서 다뤄야 한다며 발을 빼기에 급급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제기되고, 논의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내용 하나하나도 따져야겠지만 지역에 필요한 권한을, 지역에서 요구하는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 입장의 바꿔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경제정책, 대북문제 등 굵직한 사안은 아니더라도 현 정부가 집권전부터 내건 지방분권의 기치만이라도 우뚝 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지방자치의 모습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그려져야 한다. 지방자치의 첫걸음이자 완성은 그 무엇도 아닌 권한이양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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