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잎,초록 빛,눈부신 오월이다.

도심속에서의 그리움이라 할까. 시골 정취를 한껏 느껴 보고픈 심정이다. 옛 고향의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다 보면 가슴에 크게 자리 잡은 것은 철 없던 시절, 다정하신 은사님의 모습이다.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 우리 은사님들은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정말로 열심히 가르쳤다고 기억한다. 오로지 타는 정열로 호롱불을 밝혀 밤을 지새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을 키워주셨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시절, 무엇을 바라고 그랬겠는가. 그러니까 사회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정신적인 대우와 존경을 보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때 선생님들은 모르는 것이 없고 무엇이든 다 가르쳐주는 커다란 힘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막상 그 선생님의 자리에 서고 보니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본다.

교직 그것은 분명 외롭고 고달픈 직업이다. 한 순간이라도 소명의식을 버리고는 그 위치를 가눌 수 없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도 어렵지만은 기르기란 더욱 어렵고 기르기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가르치기라고 한다.‘교사자격증’따서 교사되기는 쉬운지 몰라도 선생님 노릇하기는 참으로 어렵다던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불현듯 가슴에 와 닿는다.

원래 스승의 길은 자신을 불태우는 촛불과 같아서 참으로 고난과 인고의 여정인 것이다.

다른 직업들은 직업의 내용과 생활이 얼마든지 단절된 의미와 내용을 가질 수 있지만은 교직은 그렇지 못해서 더욱 고달픈 것이다. 하루 24시간 아이들과 주위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 교육자의 운명이 아닌가. 그러므로 숙명으로 알고 우리의 2세를 원예사같이 가꾸고 꽃피워야할 정열과 사랑의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고달프고 외로움도 있을 것이며 괴로움과 고통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우리 교육자들은 결코 안일에 빠지거나 적당주의로 주어진 임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언 교단생활 36년! 늙어서 철이 든다고 했던가.

아직도 옛날 선생님다운 선생노릇을 못해봐서 괴롭고 슬프며 한없이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를 위해 연민의 눈물을 흘리던 은사님도 이제는 뵈올 수 없고 그늘진 아이들의 등불이 되리라던 애당초의 꿈은 잊어버린 채 한낱 생활수단의 방편으로 살아가는데 급급했으니 생각만하면 자다가도 식은땀이 흐른다.

스승과 제자의 사제지도가 사라져가고 사회적 존경심도 희미해져가는 외로운 길!

비록 손에 가진 것 없고 물질이나 표창으로 보상받은 바 없지만 내가 서있는 교정을 행복한 보금자리로 알며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하얀 영혼까지 사랑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훌륭한 선생님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

매년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옛날 나의 선생님이 하시던 그대로 오늘도 흐트러짐 없는 외길을 걷고자 다짐해 본다.



/음성 대소초교장 유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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