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윤종근 청주 동주초등학교

3월의 학교는 분주하다.

시업식과 입학식 이후 학급임원 선출, 교통안전캠페인, 친구 사랑 주간, 학생 생활 규칙 준수 서약 및 학교 폭력 근절 서약. 또한 일 년의 살림살이를 준비하는 학교 교육과정, 학년교육과정, 학급교육과정, 평가 계획, 거기에 더해 상담주간과 학교 설명회. 이를 위한 각종 협의회들.

아이들이 하교한 후에 소통메신저는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끊임없이 신호음을 울려대고,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한참 동안 불이 꺼지지 않는 교실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계획과 행사들을 준비하고 운영하기 위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는 게 3월의 교사들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라는 말로 교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교사의 주 업무는 수업이다. 교사에게 수업을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업무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특히 3월에는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행정적인 업무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시간에 치여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2017년 '과정중심 평가', 2018년~2019년 '교사별 평가'가 학교 현장의 큰 화두이면서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과정중심 평가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 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교육부 연구자료 ORM 2017-19-1)를 말한다. 교사별 평가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급에 대해 평가 계획에서부터 문항 개발, 평가 시행, 피드백 및 결과 산출, 기록까지를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교사의 평가권을 최대한 보장하여 진행하는 평가(충청북도 초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이다.

과정중심 평가, 교사별 평가의 핵심은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역량을 키워주겠다는 2015개정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 구현하는 데도 적합한 평가다.

윤종근 청주 동주초등학교 수석교사

그런데 이러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운영해야 가능하다. 일제식, 강의식 수업으로는 수업 활동에 대한 학생의 배움을 점검하고 피드백하여 변화를 이끌어내고 성장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

학생 중심의 수업은 강의식 수업에 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배 많다.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지만 수업의 방향, 활동 내용과 방법에 대한 교사의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교실에서 유의미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교사의 충분한 수업 준비 시간 확보는 필수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슬프게도 교사들을 수업과 수업 준비가 아니라 행정 업무 처리에 몰두시키고 있다. 학교 현장을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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