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 구조장비 없거나 노후

청주의 대표 지하상가 내에 설치된 공기호흡기보관함이 자물쇠로 잠겨 있어(26일, 사진 왼쪽) 화재 발생 시 무용지물인 상태였으나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27일 자물쇠가 제거된 상태다. / 김성호
청주의 대표 지하상가 내에 설치된 공기호흡기보관함이 자물쇠로 잠겨 있어(26일, 사진 왼쪽) 화재 발생 시 무용지물인 상태였으나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27일 자물쇠가 제거된 상태다. / 김성호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 충주 유람선 화재참사,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등 충북내 '대형 인재(人災)'가 반복되고 있지만 최근 정부와 충북도 등이 주도해 진행되고 있는 충북지역 국가안전대진단은 '수박 겉 핥기식'인 것으로 드러나 보다 밀도있는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방법'과 '민방위법'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에 반드시 비치해야할 구조 장비가 아예 비치돼 있지 않거나 노후해 있고, 재해약자(장애인·노인)나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소방교육도 체험교육이 아닌 PPT교육에 그치면서 지방정부나 소방당국이 여전히 대형 참사 예방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실제, 충북 청주의 대표적인 다중이용시설인 한 지하상가에 경우 7개의 비상구 중 1곳은 한사람 정도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대형 화재 발생 시 탈출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형참사를 자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와 같이 지하시설의 화재는 독가스로 인한 인명피해가 대부분인데도 소방법에 따른 '공기호흡기'는 단 2개만 설치돼 있고, 이마저도 자물쇠로 잠겨 있어 역시 화재 발생시 무용지물인 상태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물쇠는 현재 제거된 상태다.

특히 재난 대피소로 지정돼 있는 이 지하상가에는 민방위법에 따라 '방독면' 등이 비치돼야 하지만 현재 단 한개도 비치되지 않았고, 이에 충북도소방본부나 산하 소방서, 청주시의 관리 감독 기능이 작동 불능이지 않냐는 지적이다.

재해약자나 시설에 대한 소방교육이나 점검도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소방서가 대형 참사를 예방하는 차원해서 수시로 진행해야할 소방교육이나 점검은 재해약자 시설에서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몇 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는 곳이 상당수고,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화재진압이나 대피요령 등 직접 체험이 아닌 PPT교육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충북 제천 지역의 재난약자시설 관계자는 27일 "소방교육은 우리 시설에서 소방서에 요청해야만 이뤄진다. 소방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거나 하는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고, 또 다른 시설 관계자도 "교육도 체험교육이 아닌 PPT나 심폐소생술 시범이 전부다. 이런 면피성 소방교육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체전 화재참사는 예견된 인재였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충주지역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 역시 "(학교가) 재해약자 시설이 아니지만 119소년단으로 지정되면서 지난해 말 소방교육을 실시했다"며 "교육 내용은 소화기 사용법, 대피법, 심폐소생술 등이지만 학생들 하나하나 직접 해 본 게 아니라 소방관이 시범을 보이는 정도의 교육이었다"고 전했다. 형식적 교육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다. 이 학교는 도소방본부가 재해약자 시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실적으로 내세운 곳이다.

이 같은 충북지역의 국가안전대진단 상황에 대해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시설에서 요청해 소방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일선 소방관서에서 직접 (찾아가는) 소방교육과 소방점검을 하고 있다"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목소리를 반복했다.

앞서 충북지역의 대표적인 대형 참사인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사고는 지난 1993년 1월7일 발생한 인재로, 청주시 우암동 우암상가아파트가 붕괴돼 28명의 사망자와 48명의 부상자 및 37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충주호 유람선 화재참사는 지난 1994년 10월24일 발생했는데, 충주호에서 충주호관광선 소속 충주 제5호 유람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30명의 사망자 또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당시 승선인원이 크게 초과해 인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는 지난 2017년 12월21일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고, 유가족들의 절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시 소방합동조사단은 제천소방서의 현장 대응 부실이 인명 피해 확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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