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혹되어 기상을 상심함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한 젊은 교수가 "요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는데, 어쩌면 좋겠습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강의자의 눈을 피해 핸드폰을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거나, 야단을 쳐보지만 이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법은 별반 없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대답이 궁색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수업 시작 전에 모든 핸드폰을 수거하세요. 그러면 원천차단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다.

대한민국은 핸드폰 하나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거나, 정보를 검색을 하거나, SNS 사용이 가능한 시대가 된지 오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 대학생들이 자신과 외부의 소통수단으로 사용하는 핸드폰은 어쩌면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집에 불이 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들고 탈출할까?"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70~80%는 "핸드폰"이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그만큼 핸드폰은 이미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체를 조절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중요한 기제가 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방식이 가장 적절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요즘은 수업시간에 핸드폰으로 수업관련 정보를 직접 찾거나, 자료를 검색하게 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허나 강의자의 눈을 피해 외부와 소통하려는 일련의 행위는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면 어찌해야 할까? 나는 개학후, 강의가 시작되면 학생들과 핸드폰 사용에 관한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한다. 서로가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사용의 원칙을 공유한다. 이렇게 했더니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핸드폰 사용 태도가 많이 변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습관적 행동과 규범적 행동의 충돌이라는 근본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적 공간에서 사적 편리를 위한 행동은 결국 제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 학생들이 충분히 인식했으면 한다. 단순히 핸드폰이 자신의 유희, 혹은 사적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응당 수업시간에 이를 이용하는 것은 스스로 자제해야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지속된다면 수업의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고사가 『尙書(상서)』에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春秋時代(춘추시대), 衛國(위국)의 懿公(의공)이 학을 좋아하여 하루 종일 학과 함께 지내느라 政務(정무)를 돌보지 않아 조정이 황폐화되었다. 그는 학을 호화로운 마차에 오르게 하였는데, 학이 사용하는 마차가 국가 대신이 타는 마차보다 더 호화로운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졌다. 한번은 북쪽의 오랑캐가 국경을 침입하였는데, 懿公이 군에 명령을 내려 나가 싸우게 하였다. 장군과 사병들이 모두 분개하여 "학이 대단히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높은 대우를 받고 있으니 지금 학이 나가 싸우면 되겠구만!"이라고 말하였다. 衛懿公이 어쩔 수 없어 친히 군대를 이끌고 나가 싸웠지만 軍心(군심)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 결국 패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衛懿公의 이러한 행위를 "좋아하는 일에 미혹되어 기상을 상실하였다(玩物喪志)"라고 하였다.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배득렬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핸드폰이 懿公의 학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개인적 호기심, 즐거움을 위한 행위가 공적 이익에 반하거나, 근본적 가치를 해친다면 이는 결국 자신을 망치는 일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습관이 대학에서 고쳐지지 않는다면, 사회진출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조심스럽지만 그다지 이상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이러한 행동을 지속하도록 그냥 두는 것은 교수로서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교수와 학생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핸드폰이 '玩物'에서 벗어나 가치창출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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