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황홀한 글감옥
  • 중부매일
  • 승인 2019.03.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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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1960~1970년대 등단한 대표적인 작가들을 떠올리면 김승옥, 박완서, 이청준, 조정래, 최인호, 황석영이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많은 책들 중에 이 작가들의 이름만 보아도 시선이 멈추게 된다. 인간의 삶과 고뇌,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을 집필한 작가들이다.

여러 작가 중에 독서모임을 통해서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라는 굵직한 대하소설을 집필한 작가다. 이 대하소설은 총 32권, 원고지 분량으로 따지면 5만4천여장, 원고지를 쌓으면 높이가 5m50㎝에 이른다. 방대한 양의 서사를 쓰기도 했지만, 손자와의 대화를 엮은 대화라는 책도 출간하여 현재진행형으로 지속적인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황홀한 글감옥은 조정래 작가생활 40년을 기념해 출간하였으며 대학생에게서 받은 질문 84개에 조정래 작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에세이다. 크게 문학, 작가의 작품,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황홀한 글감옥을 읽고 있노라며 실제 작가와 내가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은 흡인력이 있다. 글이 무엇인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생각의 결과로 무언가를 창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는 부단한 노력과 절제를 실천했다.

이후에 독서모임 회원들과 태백산맥 소설의 발자취를 찾아 전남 보성 벌교읍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을 찾아갔다. 책을 더 재미나게 읽는 방법 중에 하나로 작가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거나, 문학작품 속 인물, 작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가는 문학기행을 떠난 것이다. 문학관 건축물은 분단의 아픔을 담고자 산자락을 잘라내고 만들었고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아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1층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도 거대한 옹석벽화로 되어 있으며 백두대간의 염원이라는 작품이었다. 문학관 근처에 현부자네 집, 소화의 집, 김범우의 집 등 소설의 배경이 된 공간이 재현되어 있다. 근처에 있는 보성여관도 돌아보며 소설의 배경을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이데올로기 속에 전화로 위협받고 신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썼던 태백산맥. 조정래 작가는 펜을 든 혁명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작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글감옥에 갇혀 절연 상태로 10년, 20년 세월을 보내는 것은 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무엇을 이루려고, 무엇을 바라며 그 고통과 외로움을 참아내면 이 길을 가고 있는가. 이러한 생각을 하염없이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글로 엮어져 가는 저의 삶은 오로지 저만이 지을 수 있는 집이고 저만이 세울 수 있는 세계였습니다. 그보다 큰 의미는 없었기에 수도하듯 그 길을 걸어 온 것.'

조정래 작가의 치열한 삶을 봤다. 이제는 제대로 태백산맥을 읽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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