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중국 양나라 문인 왕언장의 명언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름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 했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명예라고 생각한다. 명예야 말로 그 사람의 인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부와 명예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희생을 요구한다. 프랑스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겼다. 로마는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투에서 많은 귀족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지도층 자제들이 입학한다는 이튼 칼리지 졸업생 가운데 2천여명이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는가. 명예를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만을 위해 부와 명예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왜 존경을 받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이 거둔 이익을 사회에 기꺼이 환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기를 원한다. 또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돈을 원하고 명예를 원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심을 채우려 한다.

한 마을에 존 부스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똑똑한 형과 비교를 당하며 자랐고, 부모님께 야단을 맞을 때면 늘 '나는 못나서 그렇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형은 매사에 일을 잘 처리하는 모범생이었고 나중에 아주 훌륭한 정치가가 되었다. 항상 그런 형에 대하여 많은 콤플렉스를 느끼며 살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나도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생각이 늘 가득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아주 유명한 사람을 죽이면 나도 유명해 지겠지?' 그래서 그가 죽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바로 링컨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 청년은 주저함 없이 링컨 대통령을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한 시대가 낳은 훌륭한 위인을 죽였던 그 청년의 동기는 바로 명예에 대한 어이없는 탐심이었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은 가난과 배고픔 속에 살다 굶주린 누이동생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 4차례에 걸쳐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19년의 징역을 산다. 장발장은 13년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사람들의 천대와 멸시를 받는 거지노릇을 하다 그만, 개한테 물려 마을 성당 신부에게서 치료받고 밥도 얻어먹는 은총을 받는다. 그러나 성당 물건을 훔쳐 전과자가 돼 출옥한 뒤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늘 적개심을 품고 살았다. 훗날 성공하고 시장이 된 그는 마들렌으로 개명해 자신의 과거를 감추면서 몸을 아끼지 않고 사회에 헌신했다. 마침내 죄를 씻고 참 인생으로 산지 50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에게 신뢰와 명예를 얻고 죽는다. 이처럼 한번 실추된 명예는 다시 되찾는데 아주 긴 세월이 걸린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명예는 인생의 공든 탑이다. 명예는 절실한 정성과 지혜의 노력으로 힘들게 쌓아 올리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다. 오직 오랜 노력의 산물이다. 명예를 쌓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류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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