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교수

대한민국 부자도시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울산, 구미, 포항 등 전통 제조 기반의 도시들이 기울고 화성, 아산, 천안, 진천 등 중부권 도시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초연결 사회 진입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14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살펴보면 아산(8천455만원), 화성(7천376만원)이 전국 1, 2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 7대 부자 도시'에도 화성과 아산은 나란히 4, 5위를 기록하며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충북에서는 진천군이 6천790만원으로 도내 여타 시·군 평균 3천299만원보다 두 배가량 높다. 2016년에는 7천629만원으로 증가하며 8년 연속 도내 1위는 물론, 전국 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거제를 비롯한 군산, 울산 등 한 때 잘 나갔던 기업도시들은 경기 불황과 함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세 도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서, 조선소 밀집지역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난관에 빠졌다. 우리나라 조선 산업 종사자 약 18만명 중 8만 명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리자, 지역경기는 동반추락 했다. 실업률은 치솟았고, 인구 감소, 자영업자 폐업이 줄이었다. 여타 도시들의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도 이들 도시는 큰 폭으로 떨어지며, 조선업의 위기는 지역전체 고통으로 확산됐다.

결국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나선 건 정부였다. '산업위기 대응 특별 지역'과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하며 ▶고용유지지원 ▶직원훈련지원 ▶지역고용촉진지원 등을 펼쳤다. 최근 다시 수주가 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도 정부지원의 기간 만료를 앞두고 '고용위기' 지역과 '특별업종'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관상 충북경제는 근육질 몸매를 한껏 뽐내는 청년처럼 보인다. 충북 GRDP는 55조3천억 원으로 국내 GDP의 3.56% 수준이다. 1인당 GRDP도 전국 6위로, 3천803만원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의 11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및 2차 전지를 기반으로 한 제조업은 지난 10년간 충북경제의 큰 버팀목 이었다. 지표상으로도 여전히 상위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특정 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것이 문제다. 충북은 지난 2013년 경제성장률 전국 1위(7.4%)를 최대 정점으로 2015년 2위(4.5%) 2017년 4위(3.4%)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 LG화학 등 대기업 제조 중심의 성장은 앞에서도 언급한 울산, 거제, 군산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 기업들의 속도를 볼 때 반도체, 2차전지 시장 또한 제2의 조선업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경제를 투자, 고용 부진에 이어 양극화까지 가속화되면서 이중고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를 권고했다.

사회적경제는 주주이익 중심의 자본경제를 보완해줄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빵을 만들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일반기업이라면, 사회적기업은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기업'이다. 또한 일반기업 보다 취업계수가 3배 이상 높고, 생존율 86.5%로 일반기업의 60.1%보다도 높다.

앞으로 세계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간의 충돌은 물론 국가 간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물결은 계속해서 밀려오는 시대, 사회안전망으로 사회적경제의 쓰임새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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