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니 좋다
봄이 오니 좋다
  • 중부매일
  • 승인 2019.03.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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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나무에 새순들이 삐죽삐죽 입술을 내밀고 따사로운 봄볕을 업은 바람이 봄을 알리듯 펄럭이고 있다. 출발선에 서 있던 봄바람의 신호였던가. 집 안 앞마당에 매실나무로 꽃을 피우며 포문을 열더니 이내 진달래와 산수유꽃이 '봄의 전령'으로 들어섰다.

화려한 봄 잔치를 한창 준비 중인 목련과 벚꽃 중에서도 성질 급한 놈들은 벌써 얼굴을 내밀고 세상 구경에 한창이다. 다음에 내 차례라는 듯 마당의 꽃잔디도 봄의 향연을 준비 중이다.

잎을 만들기도 전에 노란색 꽃을 피워내는 산수유꽃 축제를 준비하는 경북 의성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산수유마을 꽃 축제는 구례와 의성 그리고 이천에서 크게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도 이천은 몇 차례 다녀왔기에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겸 올해는 의성으로 정하였다.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이라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미리 설치된 천막들 사이로 내일 열릴 축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축제 당일에는 자동차가 마을 안쪽으로는 진입하지 못하지만 그날은 행사 전이라 차를 타고 이동하여 마을 안쪽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산수유꽃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발길이 여유로워 보였다.

'마을의 봄소식이 산수유로부터 온다면 산의 봄소식은 생강나무로부터 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산수유고 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생강나무이다. 산수유꽃은 생강나무 꽃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다르다. 생강나무 꽃은 꽃자루가 짧아 나무에 바짝 붙어서 몽글몽글 피고 산수유꽃은 잎자루가 길어 가지에서 떨어진 듯 핀다.

지난 가을에 노란 은행잎에 미처 다 쏟아붓지 못한 물감이 하느님이 쥐고 있는 붓 끝에 남아있었는지 톡톡 가벼운 붓 터치로 꽃망울을 터트려 온 마을을 노란색 물결로 만들었다.

봄의 축제요 마을의 큰 행사인 의성 산수유마을에 꽃 축제가 성황리에 끝낼 수 있기를 바라며 안동에 있는 봉정사로 발길을 옮겼다.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에 자리 잡고 있는 조계종 봉정사에서 만난 또 하나의 봄의 전령사는 키 작은 아이 '현호색'이다. 꽃말은 보물주머니 혹은 비밀이라고 하는데 그냥 지나쳐 버리기 십상일 정도로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허리를 숙여 한번쯤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꽃말은 비밀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꽃구경을 하고 온 다음날에는 생각지도 못하는 춘설이 내렸다. 오전에 말짱하던 하늘이 오후에 접어들면서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진눈깨비도 동반하였다.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진눈깨비는 다시 거센 눈발이 되어 일시에 하얗게 쏟아졌다. 마치 벚꽃잎이 휘날리듯 한 치 앞을 볼 수 없던 모습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장관이었다.

한동안 따사로운 봄 햇볕에 느슨해진 마음으로 옷차림도 가볍게 외출을 하였는데 갑자기 옷깃을 여미게 하는 황당함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겨울에도 제대로 보지 못한 설경을 잠깐 사이에 내리던 춘설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 주었기 때문이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는 지난해에도 미리 내다 놓은 화분을 강타하고 지나갔는데 올봄에도 여지없이 찾아와서 풀어진 마음을 살짝 여며놓고 갔다.

그래도 봄이 오니 참 좋다.

꽃은 꽃의 향기로, 나는 삶의 향기로 이봄을 즐겨야겠다.



사람들의 옷차림 또한 어정쩡하게 겨울인 듯 봄인 듯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서성거리고 있다. 밀려가는 계절과 다가오는 계절 사이에서 보내고 맞는 것에 우왕좌왕하며 사계절의 옷차림이 모두 등장하는 시기가 이맘때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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