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는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라는 속담을 그렇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변 국가들은 우리가 잘 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듯이 으르렁거리니 참으로 기가 막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요즘, 100년 전의 평화적 시위를 잔인무도하게 총칼로 학살한 일본의 무력 식민통치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는 참인데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겠다는 일본의 태도는 그야말로 꼴불견이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은 내년부터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이고 이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된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이런 몰염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 어린 학생들에게 교과서는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교과서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일본의 일부 몰지각한 자들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독도는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회교과서의 사용을 승인했다. 사실 이는 2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17년 개정된 신학습지도요령에서 독도와 쿠릴 4개 섬, 센카쿠 열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다루게 하였고 관련 해설서는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하게 했다. 이를 반영한 교과서를 일본의 어린 초등학생들이 읽고 배우게 된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우리의 독도가 어찌되겠는가. 그러나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배운 학생들이 자라나면서 '왜 일본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점유하고 주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가'라는 주장을 아주 자연스럽게 할 것이고 극단적으로는 무력행사도 불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 아닌가. 교과서를 통해서 익힌 내용을 성인이 되어 이성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걱정이다.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님은 자신들이 만든 옛 지도에서도, 문헌에서도 익히 밝혀져 있는 일이지만 그들은 일본 국민을 세뇌시키고 있다. 학교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교사를 통해서 듣게 된 경우가 허다하다. 정의를 가르쳐야 할 교사들조차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학생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그렇게 듣고 배워오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젊은이들이 듣고 배운 것만큼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괴롭힐 때마다 우리 정부가 하는 행동은 철회 촉구 성명 발표나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철회를 촉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도 우리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담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검정 철회를 촉구한 것이 전부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일본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우기는 것을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 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독도의 엄청난 가치를 감추고 영토분쟁으로 몰고 가는 저의를 간파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가 독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에 조차 시비를 걸고 있다. 그들은 틈만 나면 독도를 살피고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조사를 얼마나 진행했는지 우리에게 공개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독도 주변해역의 가치에 대한 연구를 보다 면밀하게 수행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독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정부 예산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 참으로 불편한 이웃을 두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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