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자매 / 신영배

비와 길과 우산 하나
소녀와 소녀가 붙어서 간다
우산 밖으로 미는 장난을 한다
비와 나무와 우산 하나
동생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비와 장미와 우산 하나
언니가 장미 속에 빠진다
길과 우산 하나
소녀와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
언뜻 나타나
푸른
언뜻 나타나
붉은
물송이
소녀와 소녀가
우산을 높이 드는 장난을 한다
검은 하늘 속으로
나무와 장미와 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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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최호일 시인.

신영배의 시를 읽으면 복잡한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물방울처럼 튀는 언어에 몸을 맡기고 멍청하게 따라가면 된다. 여기 비와 자매와 나무, 장미가 뒤섞여 길을 간다. 가다가 모든 사물이 그림물감으로 풀어져 빗물과 그때그때 섞인다. 그때마다 섞이며 색깔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복잡할 수가 있나.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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